비평가와 싸워라!
대한민국 국민들은 예로부터 보고, 듣고, 얘기하는 것을 즐겨 하는 민족이다. 선비들의 놀이 혹은 서민들의 애환이 담긴 마당극이 발전하여 오늘날 노래와 춤 그리고 연극, 뮤지컬, 영화의 형태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그렇기에 직접 노래하고 춤추는 노래방 문화라던가 회식 문화가 당연한 일상으로 자리 잡았고 노래나 춤을 배우기 위해 따로 여가 시간을 내는 일도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보곤 한다. 우리나라만큼 전 국민의 가수화나 배우화가 되는 일도 전세계적으로 드문 일일 것이다.
TV나 영화를 보면 전문 가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설픈 노래를 부르는 연예인이나 사회 인사, 또는 일반인을 보고, 우리는 묘하게도 동질감을 느끼며 즐거워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 국민이 문화라는 것에 관심을 가지는 무조건적 호감의 표시일 것이다.
그러나 가끔 ‘대중문화 평론가’라는 타이틀을 가진 이들의 평론이나 별 다섯 개의 평점을 보고 있노라면 왠지 딴 나라 평론가들의 의미 없는 외침으로 보이거나, 과연 이 별 평점을 믿어야 하는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평론에 좌지우지 되면서 정말 좋은 작품을 놓치기도 하고, 별의 수에 따라 선택한 문화 콘텐츠가, 사기를 당한 듯 시간을 허비하게도 하지만, 그러면서도 영화 하나 볼 마음이 생기면 이들의 평론을 인터넷에서, 잡지에서 찾아 보는 것을 피할 수 없다.
물론 그들의 의견은 각자의 취향, 개성에 따른 철저히 주관적인 것이기도 하지만 그들이 갖고 있는 의견이 파워를 갖고, 대중들이 믿고 따르며 참조한다는 것을 생각할 때, 조금은 탁상공론이 아닌 현실적인 평론이 필요할 것이다.
평론가들은 ‘어디 너 잘하나 보자’라고 눈을 외로 꼬고 있는 관객 앞에 서 있는 배우의 심정을 알까? 카메라 뒤에서 눈 깜빡이는 시간도 아까운 감독의 조인 팔짱의 긴장감을 느낄까? 또 어미 하나에 목숨을 걸고, 거울 앞에서 수차례 연기를 해보며, 감정 전달에 목숨 거는 작가의 하얀 밤을 이해 할까?
아, 그러고 보니 박학다식한 박사출신의 강의용 평론은 들어 봤어도 배우, 감독, 작가 등 그 언저리에서 몸을 부딪혔던 생생한 평론은 쉽게 만나지 못 한던 것 같다. 적어도 평론을 하려면 뜨거운 조명 밑에서 비지땀을 흘려본다든지 추운 겨울, 얼음보다 차가운 의자에서 지끈지끈한 두통을 메가폰으로 잠재워 본다든지 혹은, 잘못된 소품 하나로 온 마을을 뒤져야 하는 스태프에게 따뜻한 커피를 전해 준 적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단지, 그저, 우아하게 초대받아 노트 하나 들고 VIP석에 앉아 관계자들의 인사를 받는 거론, 대중의 시각을 이해하는 데 부족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작품 하나 보기 위해 꼬깃꼬깃한 용돈을 절약하고 친구들과 시간을 맞추려 노력하는 대중의 시선보다 더 설득력이 없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평론가는 좀더 몸으로 부딪히는 살아 있는 평론을 써야 한다. 지금에 와서 스태프의 막내로 일할 수는 없겠지만, 감독도 되보고, 스태프도 되고, 비평을 위한 비평가가 아닌, 그저 관객의 마음으로, 적어도 역지사지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칭찬할 것은 과감히 칭찬하고, 충고할 것은 따끔하게 충고하는 유연한 자세를 갖춰야 한다. 오직 대중보다 객석에 많이 앉아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론, 이제 똑똑해질 대로 똑똑해진 대중을 이끄는데 역부족일 것이다. 또 대중은 평론가에게 무조건적으로 의지하기보다는 자신의 의견을 정확히 표현하며 평론가를 다시 평론하는 자신감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야 말로 대중문화의 주인공은 바로 대중 자신이며, 대중문화를 이끌어가는 주체도 대중이기 때문이다.
갑자기 심형래 감독의 <디워>나 지금 한창 인기 몰이를 했던 드라마 <아내의 유혹>이 생각나는 건, 왜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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