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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해도 될까요?
노하라 히로코 글.그림, 장은선 옮김 / 자음과모음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나는 너랑 같이 웃고 싶고 같이 울고 싶고 화내고 싶고 같이 잠들고 싶어. 사랑해......."
내가 즐겨 본 연애시대에서 나온 말이다.
이 말처럼 사랑하는 두 사람이 무엇이든 함께 하고, 함께 행복해지고 싶어서 결혼을 한다.
나 역시 이런 마음이었는데.. 막상 결혼을 해보니 아름답고 로맨틱한 핑크빛만 있는 건 아니었다.
신혼의 알콩달콩, 아기자기함도 잠시.. 연애와 결혼은 너무나 달랐다.
마치 협상 테이블에 앉은 사람처럼 끊임없이 의견을 조율하며 갈등 상황을 풀기 위해 애를 써야만 했다.
그것도 소소한 일로... 지나고 보면 유치한 일인데.. 이게 현실이었다.
그나마 소통이 돼야 협상이든 타협이든 할 수 있다..
소통이 안되면 그땐 전쟁이다.
문정희 님의 <남편>이란 시를 보면..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은 남자/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준 남자..라고
남편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이 시를 읽으며 폭풍 공감했다.
그리고 <이혼해도 될까요?>라는 제목과 함께...
계속 참아야 하나요? 꼭 심각한 이유가 있어야만 이혼할 수 있는 걸까요?...라는 글을 읽으며..
<남편>이란 시만큼 격하게 공감했고 꼭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주인공 시호.. 34세.. 두 아이의 엄마이자 주부이며 마트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다.
그녀의 남편.. 36세.. 회사원.. 철부지에 자기중심적인 성격.
큰아들 케이는 8살이고 작은 아들 슈는 6살이다.
시호는 결혼 9년차..
남들이 보기에는 평범하고 평화로운 가정이지만..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제가 많았다.
그녀의 남편은 집에서 늘 컴퓨터와 TV를 껴안고 살고 있고.. 말도 안 한다.
아이들이 놀자고 해도 모른척하거나 아이들을 돌보고 교육하는 것은 모두 아내 몫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거나 말썽을 부리면..
"네가 제대로 교육하지 않아서 그렇잖아."라는 식으로 아내를 무시하고 윽박지르고..
홧김에 물건을 던져 박살내기도 하고..
본인만 잘난 줄 알고 아내뿐만 아니라 남에게도 상처 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퍼붓는 사람이다.
집에서는 이런 식으로 행동하지만.. 기분 좋은 날 외출할 때 보면... 영락없이 자상하고 좋은 아빠의 모습을 이웃에게 보여준다.
진짜 모습을 전혀 모르는 이웃들은 시호네를 사이좋고 행복한 가족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 책에는 시호가 일하고 있는 마트 동료들도 등장하는데... 저마다 사연이 있다.
진짜 이혼하여 마트와 야간 아르바이트까지 병행하며 살아가는 이도 있고..
폭력 남편과 함께 살고 있는 이도 있고.. 결혼한 지 얼마 안 돼 신혼의 단꿈에 푹 빠진 이도 있다..
이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이 만화가 더욱 현실적으로 느껴졌고..
결혼은 무엇이고.. 부부는 무엇이며.. 인생은 또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
별거 아닌 흔해빠진 대화...
우리는 그게 불가능해..
이 사람한텐 무슨 소릴 해도 소용없다.
고통을 나누거나 서로 이해하는 건 불가능하다.
남편 앞에서는 진짜 나를 숨긴다.
그러는 나 자신이 정말 싫다.
이런 상태로 앞으로도 이 사람과 함께 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 본문 중에서-
시호는 그동안 쌓이고 쌓인... 꾹꾹 참았던 감정을 남편에게 터트린다.
남편 역시 화를 참지 못하고 손찌검까지 하게 되고...
처음으로 남편에게 뺨을 맞은 시호는 이혼 후 아이들과 함께 살 집을 알아보기도 하는데...
이 안하무인에 뻔뻔하고 남에게 상처 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남편이 너무나 싫고..
뭐.. 저런 인간이 다 있나..라는 생각과 함께 차라리 이혼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기도 했지만..
이혼은 남이 이래라저래라..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연애할 때야 헤어지는 게 쉽지만.. 결혼 후에는 생각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남의 일이라고 그냥 이혼해.. 어떻게 같이 살아?! 이런 말을 쉽게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자기 인생이지만.. 그녀에게... 그들에게는 아이들이 있다.
아이들 때문에 억지로 같이 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부모의 이혼을... 이제는 함께 살지 못한다는 사실을 아이들이 이해하고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너무 어리다. 적어도 아이들 마음에 깊은 상처로 남지 않게 조심해야만 한다.
이 책에도 아이들의 눈물이 나오는데.. 보면서 내 마음이 아려왔다.
분명 시호 남편은 너무나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면이 있지만..
아이들에게는 하나뿐인 아빠이고.. 온 가족이 함께 살고 싶어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엄마 혼자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능력만 있다고 모든 게 다 해결되는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고..
시호의 폭탄선언을 듣고 놀라서 멍한 표정을 짓던 남편의 모습도 떠올랐다.
이 부분을 보면서.. 꼭 이혼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이유는.. 시호가 꾹꾹 참고 말해도 달라지는 게 없다며 포기했던 시간만큼..
남편은 아무것도 몰랐던 것이다.. 시호의 마음이 어떤지..
자신이 무책임하고 거칠게 행동할수록.. 시호의 마음이 어떻게 변하는지...
왜 이혼하자는 말이 나오게 됐는지...
두 사람은 긴 시간 마음을 터놓고 지내지 못 했다. 적어도 그 마음의 벽을 허물려는 노력은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시호는 아이들과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하지만.. 아이들은 부모님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하니깐...
더 늦기 전에 노력해보면 어떨까?
나도 아직은 결혼한 지 몇 년 안돼서.. 결혼 9년째가 되면.. 어떤 생각을 하며 살고 있을지.. 전혀 모르지만..
아직은 살아갈 날이 많고.. 그만큼 둘이 함께 할 수 있는 날도 많을 텐데..
달라지기 위한 노력이나 어떤 시도도 해보지 않고 포기하기는 너무 이르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시호의 결정을 보면서.. 그래.. 앞으로 함께 노력을 해보라고.. 안 좋은 감정들은 쌓아놓지만 말고..
서로 풀어가면서.. 행복이 가득한 집이 될 수 있게...
물론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지만.. 남편도 이번 일을 계기로 무언가 느꼈을 테니까...
당당하게 할 말은 하면서... 그렇게 한 번쯤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그리고 도저히~~ 안되겠다고 느끼면.. 그때는 뒤돌아보지 말고.. 앞만 보고 가라고 말해주고 싶다.
결혼도 쉽지 않고.. 이혼도 쉽지 않고.. 서로 다른 두 사람이 긴 세월을 함께 한다는 것이 진짜 어렵다는걸..
다시금 느끼면서..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 모두 크고 작은 풍랑을 겪으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
그것이 인생이 아닐까.. 란 생각을 한 책 <이혼해도 될까요?>

별거 아닌 흔해빠진 대화... 우리는 그게 불가능해.. 이 사람한텐 무슨 소릴 해도 소용없다. 고통을 나누거나 서로 이해하는 건 불가능하다. 남편 앞에서는 진짜 나를 숨긴다. 그러는 나 자신이 정말 싫다. 이런 상태로 앞으로도 이 사람과 함께 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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