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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들의 도서관
김중혁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4월
평점 :
오늘은 매우 몹시 피곤한 날이었다.... 거의 잠을 못 잔 상태로 하루를 시작했기 때문에..
책이 눈에 들어올 여유도 없었고.. 시간이 나면 잠깐이라도 자고 싶은 기분의 하루였는데..
그럼에도 책 한 권을 챙겼다.
김중혁 작가의 악기들의 도서관....
무슨 책을 읽을까.. 고민하다가 선택한 책인데..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이야기부터 내 마음을 사로잡았고.. 그가 쓴 글이 눈앞에 선명해지면서.. 피곤함도.. 사라지고..
피아노 소리가 들리는 듯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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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진실이란 게 어떤 겁니까."
"재미있게 노는 거요."
비트 bit에서 비트 beat로,
"따분하고 따분하고 따분한" 일상에서 발견하는 삶의 노래
<악기들의 도서관>
자동피아노
매뉴얼 제너레이션
비닐광시대(vinyl狂 時代)
악기들의 도서관
유리방패
나와 B
무방향 버스 - 리믹스, 「고아떤 뺑덕어멈」
엇박자 D
- 해설 : 신수정 _ 리믹스, 원본도 아니고 키치도 아닌 - DJ소설가의 탄생
-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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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들의 도서관>이라는 제목처럼 이 책에 실린 짧은 글들은 대부분 악기가 등장한다.
악기의 소리.. 악기가 만들어내는 음악.. 등등..
그런데 그가 쓴 글을 읽어나가다 보면... 그런 소리들이 눈으로 보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손을 올리면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들 만큼..
그리고 어떤 것들은 소리가... 음악이...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마치 평면이 입체로 바뀌는 순간의 연속이라고 해야 할까...
독특하고 신선하면서 재미까지 있는 글이 많았고...
이 작가의 다재다능함은 어디까지인가?!
진짜 볼수록 매력적인 사람이로세...라는 생각이 들면서..
글 속에 담긴 뜻을 찾으려 애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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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소멸되는 것입니다. 어디에나 음악이 있습니다. 그 음악들이 어디서 시작되고 어디로 사라지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말입니다. 지금 이곳 어딘가에도 음악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피아니스트는 음을 만들어내서는 안 됩니다. 이 세상에 있는 음을 자신의 몸으로 소멸시키는 것이 피아니스트의 역할입니다. 그래서 저는 멀고 아스라한 소리들이 좋습니다. 콘서트홀에 가지 않는 이유는, 모든 소리들이 너무 가깝게 들리고 음악을 만들어내려는 피아니스트들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 자동피아노 中에서 -
M이 버스 유리창을 활짝 열었다. 바람이 M을 지나 내게로 왔다. M은 창밖으로 고개를 반쯤 내밀었다.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M의 옆모습을 보는 순간, 어쩌면 M과 이렇게 버스를 타고 가는 것도 마지막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를 타고, 멍하니 앉아 있다가. 짧은 순간 얘기를 했지만 그사이 M과 나는 어딘가를 지나온 것 같았다. 어떤 갈림길을 지나온 것 같았다. 그는 왼쪽 길을, 나는 오른쪽 길을 선택했고, 발목에 묶여 있던 끈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 스르르 풀어져버린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나는 고래를 돌려 버스 뒤창문을 내다보았다. 팽팽하게 당겨진 전깃줄이 우리가 온 곳을 알려주고 있었다. 정확히 이름붙일 수 없는, 언제부터 언제까지라고도 말할 수 없는, 내 삶의 어떤 한 시절이 지나가는 중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 유리방패 中에서 - |
그가 쓴 공장산책기 <메이드 인 공장>도 참 재밌게 읽었는데..
이 책 역시 재밌다. 그가 쓴 모든 글을 다 읽어보고 싶어진다.
사물을 통해 이런 글을 쓸 수 있다는게 참 신기하다..
그러고 보면... 작가도 시인도... 참 대단한 사람들이란걸 다시금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