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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크래시 - 팬데믹은 (국가독점)자본주의를 어떻게 다시 일으켜 세웠는가
그레이스 블레이클리 지음, 장석준 옮김 / 책세상 / 2021년 4월
평점 :

그레이스 블레이클리의 코로나 크래시입니다.
본격적인 책 이야기로 들어가기 전에 디자인 얘기를 먼저 하고 싶어요. 코로나로 인한 금융 자본주의의 민낯을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잘 압축해서 보여준 표지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 책을 받자마자 느낀 건 이런 디자인이면 책을 읽기도 전에 어떤 내용일지 알 수 있겠다라는 생각과 이 정도면 사람들 시선을 확 끌겠다 두 가지였습니다. 그런 면에서 책의 디자인이라는 기능을 다하고 있는 이 책의 표지에 10점 만점에 10점 드리고 싶습니다. 이 책을 보시는 분들은 바코드와 가격을 활용한 뒷면도 꼭 봐주시길 바래요. 두둥!하고 눈이 휘둥그레 떠지는 본인의 모습을 발견하실 수 있을 거라 자신합니다.
생각보다도 책이 매우 컴팩트하더라구요. 제가 직전에 읽은 책도 상당히 컴팩트한 크기였어서 요새 책은 다 이렇게 작게 나오나? 라는 생각도 잠시 했답니다 ㅎㅎ
저자인 그레이스 블레이클리는 20대의 여성으로 경제학자이자 트리뷴의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트리뷴이라고 하면 벌써 눈치챈 분들 계시겠지만, 전형적인 젊은 진보파 작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젊은 여성작가가 활동하는 것도, 진보 작가라는 점도 맘에 들어서 이런 책을 발굴해준 출판사에게 two thumbs up!! 했습니다.
머리말부터 상당히 전문적인 내용을 언급하고 있는 책이었습니다. 과거 2008년 금융위기부터 불거진 금융 부실 문제를 꼬집으면서 당시의 제도 헛점을 잘 지적하고 있고, 지금 왜 이런 문제가 생겼는지를 아주 객관적이고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한 책이었습니다. 관련 분야를 공부하고, 업무도 보고 있는 저로서는 흥미가 갈 수 밖에 없었는데요, TALF, CPFF 등이 나오자 반가우면 안되지만 정말 반갑더라구요. 아! 내가 공부한 게 나오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정말 한 가지 아쉬운 건 왜 이 책이 올해가 되서야 번역되어 출간되었을까 하는 점입니다. 물론 제가 작년에 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 알았더라면 더 좋았겠지만요.
이 책은 관련 분야 지식이 없는 분이 읽기에는 조금 힘들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경제에 관한 기본 지식은 있어야 저자가 말하는 게 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장단기 국채 스프레드 역전, 규제 차익, 외채 탕감 등 전문 용어를 모르시면 경제 지식을 먼저 공부하고 오시기를 추천 드려요. 하지만 내가 이 정도는 기본으로 한다! 하시는 분들은 쉽게 읽으실 수 있는 책입니다. 지식을 뽐내려 쓴 책도 아니고, 쉽게 설명을 하고 있는 책입니다.
진보적인 성향의 책이기 때문에 자본주의의 맹점을 꼬집고, 팬데믹 이후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방향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발언권을 보장하도록 권유하는 점도 포함하고 있구요. 첫 장에서 만드는 자와 거저먹는 자라고 소제목을 달았는데 예전에 나온 라나 포루하의 저서 “메이커스 앤 테이커스”가 생각나는 구절이었습니다. 비슷한 성향인 작가라서 더더욱 이 점을 강조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많이들 알고 계시겠지만, 현재 부의 불균형이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지, 아르헨티나와 같은 곳은 외채로 인해 왜 고통 받고 있는지 등을 어렵지 않고 간결하게, 하지만 핵심은 확실히 전달하는 저자의 필력이 참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이건 저자가 의도한 것 같은데 단어의 어감이 군데군데 상당히 센 표현들이 상당히 많았어요. 자본주의의 배신, 야박하고 이해하기도 힘든 복지 시스템 등…보수적인 시각을 갖고 계신 분들이 보시면 좀 눈쌀을 찌푸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살짝 들었지만, 없는 사실을 얘기하는 것도 아니고 강조하기 위해 쓴 표현이니 저는 거부감이 딱히 들지는 않았답니다.
역자는 이 책을 ‘팜플렛’이라고 표현했는데요, 그만큼 이 책에 잘 어울리는 표현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작은 책의 크기, 알차면서도 핵심만을 찌른 내용, 그러면서도 한 마디 경고는 잊지 않는 책은 왠지 어린 나이에 당당하게 세상에 나와 우리 어른들을 꾸짖는 그레타 툰베리의 모습과 닮아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의 경제 상황을 잘 알고 싶지만 너무 긴 책은 힘들 것 같다는 분들에게 추천드리고 싶은 책입니다. 저는 맘에 들어서 원서도 읽어보고 싶어요. 역자분이 좋은 표현을 많이 사용하셔서 저도 배울 것이 많았답니다. 역자 후기가 상당히 긴 편인데요, 이 점은 읽어보시면 충분히 이해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