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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영화를 보러 갔다
윤대녕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윤대녕의 첫 장편소설, 1995년 작
작년 겨울 문학동네에서 복간되었다.
몇 달 전 구해두고는 오늘에서야 집어들게 됐는데, 날이 을씨년스러워 읽던 책을 접어두고 이 소설이 문득 읽고 싶어졌다.
저자가 밝힌 바로는 출판사가 초판본을 유지하자는 의견이었지만, 자신은 유치해보이는 표현들을 그대로 보아 넘길 수 없었다며, 두 달여 동안 일부 문장과 표현들을 수정했다고 한다.
물론 서사의 골격은 그대로 두었다.
이런 저자 후기를 읽고나자 초판본이 새삼 궁금해졌는데 구할 수 없어 안타까울 뿐...
그래도 복간된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이제 몇 권 남지 않았다, 구해 읽어야 할 그의 책.
95년이라면 33세 때 쓴 작품이다.
90년 등단 이래로 수상작 단편들을 쏟아내고 95년 첫 소설집을 냈으니, 이 작품을 쓴 해에 그는 가장 열정적으로 글쓰기를 했을 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은 그가 쓴 첫 장편소설이기도 한데 최근 작품까지 초지일관된 주제나 소재, 작가의 취향을 만날 수 있어 반갑긴 했지만, 이후 작품들보다는 꽤 난해하고 생각과 표현이 너무 많으며, 무언가 선명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무래도 윤대녕만의 독특한 글 분위기는 이후 소설들부터 짙게 자리잡아 간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하더라도 그 당시 이런 류의 소설이 흔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제하의 소설을 최근 알라딘에 연재하고 있는 것 빼고는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를 읽은 게 다인데도 불구하고, 이 소설의 영향으로 나는 가끔 윤대녕과 이제하의 분위기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와 윤대녕 소설의 공통점은 작가가 선택하기를 즐기는 코드 찾기 놀이의 즐거움 아닐까...
제 3의 공간, 미지의 여인, 기억, 반복, 여행, 음악, 맥주...
얼마전 아직 읽어보지 못한 작가의 <추억의 아주 먼 곳>이란 소설을 검색하다보니 <은어낚시통신>에 이런 타이틀들이 붙어있다.
'즐거운 학교 선정 중고생을 위한 권장도서' '전남교육청 선정 청소년 필독도서'
조금 위험하지 않을까 싶으면서도, 저 기관들에 작가를 특별히 좋아하는 사람의 입김이 작용한 건 아닐까 하는 재밌는 생각도 들었다.
장편 <옛날 영화를 보러갔다>는 "이봐, 몇 달 전에 날아온 되새떼가 수십 년 전에 시베리아에서 날아온 바로 그 되새때라고 누가 말할 수 있겠나." 라는 문장으로 시작해, 같은 문장으로 생각을 매듭짓고 있는 소설이다.
영원회귀를 벗어나 현실의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
제목때문에 은근슬쩍 내 맘대로 내용을 상상했던 적이 있었는데, 완전히 빗나간게지... 후후후
소설을 읽으며 아쉽게도 교정을 대여섯군데 봤다.
단순한 오타들이어서 더욱 안타까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