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지음, 김희정.안세민 옮김 / 부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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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민만 잘 먹고 잘 살기 반대에 동의한다
바보중의 바보인지라 실물경제에만 관심이 있고, 그것에만 믿음이 있다
그리고 대부분 이 책과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산다
아무래도 가방 끈 짧고 가난하고 워낙 성격이 그런지라 이런 모양이라는 생각도 든다, 후후

요즘의 상황은 모든 분야를 막론하고 결국 가치관과 정의, 도덕성, 신뢰 등의 인간적인 면들이 관건인 듯하다
경제학자인 저자 또한 경제학이 아닌 모든 것을 말하느라 애쓰고 있지 않은가
반복되고 또 반복되는, 쉽지만 사고와 행동의 전환은 꽤 복잡하고 힘들기 때문에
진심어린 우려와 충고를 담아 쓰고 읽히도록 꾸준히 강의하시는 것이겠다
하지만 귀기울여 듣지 않거나 잔소리쯤으로 생각하는 현대인, 특히 각박한 도시 생활을 살아내는 개개인들의 발등은 아직도 멀쩡해서...
 

"이런 책 안 읽어도 꾸준히 내신단 말이야."
내가 말했다. 환영하는 말투로
"이런 책은 사실, 잘 안 와닿아요."
자기 계발서 귀신인 한 직원이 말했다, 역시나
그렇지, 누가 다함께 잘 살자는 구름 같은 글을 읽겠는가, 이 바쁘고 살기 빠듯한 시대에
대중들은 실질적인 자기계발서나 경제서만큼 인문사회과학서를 읽지 않기 때문에
경제학 서적이기에는 많은 것을 다루며 해찰하는 이런 류의 책 또한 같은 부류로 보는 경향이 있다
실천? 알아야 생각도 해보고 깨닫기도 하면서 실천해 볼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할 것이 아닌가...

장하준 교수의 쉽게 쓴 단단한 책들은 보기엔 흔한 책 같지만 읽고 나면 생각이 조금씩 움직이느라 꿈틀댄다
이런 생각, 주장, 제안들이 박제된 강의가 아닌 각자에게 와닿는 깨달음이 될 수는 없을까
먹고 살기 바빠도...

21세기 화두가 '행복'이면 뭘하나
나라마다 국민마다 삶의 질이 생각의 차이가 달라도 너무 다른걸


의도가 순수하지 않고 정치적 음모가 깔려있다는 주장도 있다지만,
얼마 전 버핏의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과 부자 감세 반대의견은 그의 이름에 수식어로 붙는 '가치(투자)'를 생각하게 한다
버핏의 ABC 방송 인터뷰는 다시 또 장하준 교수의 최근 책 속 글들을 생각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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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나의 도시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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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바라봄에 익숙해져
어느날 또 한번 파르르 떨린대도
속 내 한줌 슬며시 흘리지도 못하고
안으로만 꼭꼭 여며
생각는 것 또한
애틋하기는 마찬가지여서
그예 마음 모두 팔아버리고
빈 속으로 몇 날을 몽중에 있다가
깨어도 깨어도 한동안은
어느 한 곳 밖에는 못 볼 것이네

 
-
맹한 가슴패기로 하염없이 밀려왔다 밀려가고 난 후에야
저 밑바닥 웅숭깊은 곳 드레박질이 요란하다
아무리 퍼내어도 바싹 마르지 못하는 너무한 것
오래 되어도 추억은 아니 되고 오늘 언저리 일인 것만 같아
이제는 혼자서 발맘발맘 밀려가고 밀려오며
아무데나 애정 꽃 한 무더기씩 피우고 떨구고 온다
어느 환장할 꽃이 피는지 지는지 한번 봐주러 오지 않으니
누구나 한번쯤은 제 가슴에 들어와 꿈처럼 박히길 원한다는
아득한 별꽃이나 대낮부터 피워 올려 두어야겠네

 


혼자 점심을 먹으며 불현듯 생각났다
이때로부터 한 발자욱도 더 나아가지 않았다
흰머리 할망구가 되어서도 그럴 것 같아 내심 조금은 걱정이 든다
저렇게 적어내려가던 시절엔 즐겼던 듯 보인다, 저런사람...스러움을
병이 아니고서야
다중 동경, 다중 기다림, 다중 환상... 이제 어린아이가 아니라는 걸 상기하도록, 부디
옳고 그름과 좋고 나쁨의 것은 결코 아니지만 이런 부류의 인간도 있는 것일테지...라고 생각해야 하나
<달콤한 나의 도시>의 그녀...
 

웅숭깊다거나 잠포록하다거나 우수에 차 있다거나 하지는 않지만, 베스트 셀러극장이나 만화컷의 주인공 표정이 생각나지만, 그래도 즐거운 <달콤한 나의 도시>.
그녀의 생활과 그녀의 글쓰기는 달콤하게 표현된 게 맞다.
소설 전체의 감성은 잘 맞물리지 않는 듯도 하지만 역시나 화자의 감성은 내 감성이나 성격과 흡사하다.

은수 역시 내가 자주 하곤 하는 흔하디 흔한 국어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검색한다. 사전적 의미를 읽고 나면 마치 정리가 되기라도 하는 것인 양.

생각해본다. 내 맘이 그랬었구나, 내 행동이 그랬었구나...
확실하지는 않지만 내가 만든 이유라는 것들에 대한 어설픈 이해가 진행된다.

소설은 당위성이 없어 보이는 것들에 대해 오버하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고 딴 사람처럼 굴며 들쑥날쑥 감성의 느낌이 다르기도 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솔직하다. 맴돌던 내 생각이나 걱정, 막연함들이 이렇게 정리되어 어렴풋하게나마 표현이 된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내 성격이나 생각과 꽤나 맞물린다는 의미다.

(자장면집 '동천홍'이 소설 2p에 나온다. 에구 깜짝이야. 내가 좋아하는 중국집이다. 맛도 맛이려니와 친절한 지배인을 만나볼 수 있다. 후후)
 


 
-
흑백 필름인 영화는, 제목과는 짐짓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주인공들은 우왕좌왕 어쩔 줄 몰라 하며 계속 헤매다니기만 했다. 더 당혹스러운 건, 주위 관객들이었다. 수능시험을 이틀 앞둔 도서관처럼 실내에는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하물며 내 옆의 여자는 무릎 위에 노트를 펼쳐놓고 무언가를 연방 적어대는 중이었다.

... 타인의 취향을 온전히 존중하는 것이 교양인의 자세라고 배웠다. 하품을 하지 않고 시간을 견딜 정도의 교양은 나에게도 있었다. 하지만 낯선 소외감이 엄습했다.

(은수와 태오가 안토니오니의 <정사>를 보는 -하이퍼텍 '나다'로 짐작되는 극장에서- 이 대목에서 정이현씨는 묘사한 상황 중 어느 쪽에 해당하는 지 궁금했다. 그리고 내가 이렇게 이상하고 고리타분하게 보였겠구나 싶다. 그리고 상대방이 이런 곤혹스러움에 빠지게 될 수도 있겠구나 싶다. 보통 이런 걸 보고 사람들이 내게 평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일까. 이런거 하나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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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준 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스노우 펠리스'의 옳은 표기법은 '스노 팰리스'인 것이다. 그 뒤, 집주소를 적어야 하는 상황이 닥치면 순간적으로 망설이게 된다. 거창한 오류로 점철된 나의 주소를 읽는 누군가가 나의 진실성과 속물성을 한데 섞어 의심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 탓이다.

(이런 문장을 보면 화자와 작가의 성격을 반반씩 섞어 쓰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허나 인간이란 극과 극을 달리는 법이다. 게다가 난 항상 소설 속 주인공은 작가에 다름 아니라는 생각을 너무 많이 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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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착지
니콜라 파르그 지음, 이혜원 옮김 / 뮤진트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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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때처럼 앞표지 날개의 저자 소개를 먼저 읽는다

'책 속에 파묻혀 지내던 사춘기 시절, 밀란 쿤데라와 마르그리트 뒤라스를 사숙...'이란 대목에서 잠시 주춤...

만만치 않은 두 작가를 사숙했다니, 책을 받아봤을 때의 첫 인상이 조금은 무거운쪽으로 변한다.
나 또한 좋아하는 작가들인지라, 미리 도착한 책을 여러 사정으로 늦게야 손에 들게 되면서 부랴부랴 읽어본다.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적당한 소설이었다.

다 읽고 난 뒤 보니 나는 중간 중간 이런 메모를 해두었더라.

픽션+논픽션, 풍자+성찰, 인문학적 글쓰기+옴니버스 영화, 커트 보네거트+밀란 쿤데라, 조금은 마르그리트 뒤라스... ^^
 

'디에고는 여전히 모험 그 자체요, 세상의 끝이다'
'세상의 끝'이므로 '종착지'다.
그것도 '표류하는 영혼들'의, 어찌보면 현대사회 구성원 모두가 해당될...

중반 이후부터 버릇대로 문장이나 문단에 빗금을 그은 부분이 많아졌는데,
문장이 탁월하기도 했지만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읽을 때처럼 흔하지 않게 내게 건네는 충고들 같아 되새김질을 한 곳들이었다.
솔직하고 과감한 채찍질이었다.

단편적이긴 하지만 마다가스카르, 프랑스와 프랑스인 그리고 아시아계 소수로 대변된 서구사회, 국제협력기구에 대해
알고 있거나 알지 못했던, 그래서 '오해'하거나 무조건 받아들였던 사실들을 수정해가게 되는 흥미로운 소설이었다.
사회참여적이면서도 현대사회 속 개인의 내면을 집요하게 들여다 본 의미있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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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와 빨강
편혜영 지음 / 창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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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같은 글쓰기의 길고 집요한 집착은 여성스럽지만 나머지는 모두 남성 작가의 글같다는 생각이 드는 문체였다.
내가 편혜영의 소설을 처음 읽은 느낌 중 가장 큰 것은 이것이었다.
그리고 그녀만의 코드와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코맥 매카시의 <더 로드>를 연상시키는 Y시에서의 주인공의 삶은 내가 다 진저리가 났다.
그로테스크한 상황이나 묘사가 무서운 것이 아니라 의미없는 존재가 무서운 소설이었다.

  

"사소한 기억, 과거의 추억, 그런 것들을 다 잃을 경우에, 결국 자기 존재 자체가 희미해질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결국에 사라지는 존재의 이름이기 때문에 '몰'이라고 지었어요. 사라질 '몰'(沒)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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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귀는 당나귀답게 마음이 자라는 나무 4
아지즈 네신 지음, 이종균 그림, 이난아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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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자로 둘러싼 굳건한 정신

푸른숲이 아지즈 네신의 단편들을 모아  몇 권은 '마음이 자라는 나무' 시리즈로 엮어 아동과 청소년을 위해 출간했는데
내가 읽어도 무릎을 치며 '옳거니!' 하게 된다
빗대어 말하기의 대가, 그의 책 읽기 두 번째

'네신 재단'에 봉사를!

너무 친절하게 동화로 설명해주니 어리석은 나는 이제서야 세상을 조금 알았다고 하면 창피하겠지
어떤 단편은 송두리째 적어두고 싶어 근질거리기도 한다
단편 <양들의 제국>과 <거세된 황소가 우두머리로 뽑힌 사연>, <자신을 죽인 파디샤>의 비유는 얼마나 명쾌하고 놀라운지!

(허나 이 책 또한 교열이 틀린 곳이 종종 있는 듯해서 자꾸만 눈이 갔다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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