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둔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어린날 책한권 사주시길 아까워하는 부모님 밑에서 자라다보니 도서관을 섭렵했다. 초등학생 시절 당시 학교도서관에 남아 책을 읽고 열람카드에 내 완독의 기록을 남기는 행위는 마치 도장깨기 마냥 내게 흥미로웠다. 초등학교 5학년 1학기를 마치고 부모님을 따라 전학을 가야 했는데 이미 학교도서관의 책을 다 완독한 뒤였다. 성인이 되어 학교를 찾아간 적이 있더랬는데 지금으로선 비치된 책을 다 완독하기 힘들것 같았다. 작은도서관 책에 대한 열망 그게 부딪혀 내게 작은 성취를 준게 아닐까? 지금의 학교도서관은 도장깨기를 도전할만큼 호락호락한 싸이즈가 아니더라! ㅠㅠ 어린 날 해놓길(?) 잘했더라.
세상을 보는 지혜는 그날 이후로 책에서 배웠고 잘 지켜내리라 생각했더랬지만 실전의 세상을 살아내기란 변수에 대한 대처는 책에 써진 그 이상의 고민을 동반해야 했기에 결과적으로 나이 41가 지나가는 지금도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어른이로 살아가고 있다.
먼저는 책이란 좋은 스승이 있었고 아프지만 경험이란 적이 있었다. 적은 가르쳐 주고 가되 그 쓰라림이 너무 큰 배움이었고 대신 꼭 반복하지 않으리란 다짐을 하게 동기부여를 확실하게 해 주었다. 책의 세계에만 갖혀 스스로만 믿는 아집에 빠지지 않게 적의 공격은 꼭 여러 좋은 사람들, 조언자, 조력자들을 돈독하게 활용하는 기술을 향상하게 연마시켰다. 책의 지혜에 바탕하더라도 스스로 가진 답안을 고집하려 않고 꼭 3명 이상에서 조언을 구해 내가 가진 답과 비교하고 장점과 단점을 비교 내가 버릴 것과 취할 것을 고민했었다.
난 많이 물어보고 안전한 방법을 취하려고 한 것 뿐인데 난 탁월한 사람이라고 인정받는 동시에 뭔가 잰체하는 이로 찍혀 동시에 견제받아야만 했다. 상사는 능력인증의 반증이기에 이겨내되 즐기라 하셨고 나름 잘 즐기며 20대를 지내왔다라고 자부한다.아픈데를 드러내는 것, 약점을 가리지 않는 것. 이게 나의 관계맺기의 기술인데 책의 말처럼 이건 내 약점을 적에게 던져주는 것 이기도 했다. 치열하고 집요하게 공격이 들어왔고 그 반면에 엄청 좋은 많은 사람을 얻었고 누렸다. 날 판단하려 들지 않았고 내 존재를 인정하며 때로는 내게 조언을 구하거나 상담을 원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약점을 알기에 나를 시기하고 찔러대는 그 창살을 견디기 버겨운 날도 분명 있었기에 항상 맑을 수 만은 없었다. 그들의 공격은 날 가치없는 사람이 아닐까 고민하게 만들고 내게 찾아오는 이들에게 있어 내 존재의 하찮음으로 미안하게 만들었다. 돌아보면 그럼에도 내게 기대어 공급을 바랐던 이들 덕분에 스스로 든든히 서서가는 사람으로 살아냈다.항상 착한것이 이긴다는 얼토당토않은 믿음을 가지고 산다. 내가 그래왔기에. 진심이 호도되는 일은 비일비재하지만 짐심이 가리워지는 경우는 드물다. 언젠가 반드시 밝혀지고 때론 뒤늦게나마 감사나 고마움을 전해듣게 된다. 그럴 때마다 느끼고 다짐한다. 좀 멍청하다 소릴 더 듣더라도 착하게 사는 걸 버리지 않겠다고. 착한게 반드시 승리한단 걸 증명해보여서 같이 착했던 그들에게 그들의 옳았음을 나라도 증명해 보이겠다고. 그 덕에 온 가족이 고생중이다. 이 착한 결말이 반드시 가족에게 보답이 되는 결과를 만들어내야 할텐데... 다은 이에게 필요한 존재로 살겠다고 다짐따윌 한 건 아니지만 소용이 있는 우물 정도는 되고 싶었다. 물은 언제고 마셔야 하니까 멀리서라고 꼭 찾아들게 되는 그런 존재로. 유난히 내 인연은 한 때 짧더라도 언젠가 나중에 한번은 안부를 묻게 되고 근황이 궁금한 그런 사람으로 남은 것 같더라. 20년도 전에 스친 한 존재가 날 찾고 내 소식을 궁금해 하더란 이야길 들으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내가 건넨 불법복제 테이프나 내가 건넨 엽서, 나와 나눈 대화가 누군가의 맘속에 여전히 살아 숨쉰다는 건. 빠르게 변하고 잊혀지는 이 사회에서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단 돈 5,900원으로 내 가슴의 응어리 중 털어낸다고 하고도 남은 찌꺼기를 직면하는 이 책은 문고판으로 소중히 안주머니에 넣었다가 힘든 그 순간 내가 북마크로 타이틀을 적어놓은 한페이지를 열어 꺼내 읽으며 다시 크게 한 숨 쉬고 나아가게 할 동력과 같은 책이다. 난 나아갈 것이고 넘추지 않을 것이다. 내가 가진 우둔한 지혜가 세상을 옳게 본건지 그릇된 아집인지 내가 인정할 때까지! 싸우자, 세상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