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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를 위한 정답 없는 인권 이야기 - 스파게티 괴물부터 기후 소송까지, 유럽인권재판소 33가지 사건
앙겔리카 누스베르거 지음, 로트라우트 주자네 베르너 그림, 유영미 옮김 / 롤러코스터 / 2026년 4월
평점 :
제목 그대로 인권에는 정답이 없다. 왜냐하면 종교가 아니라면 인류에게 보편타당한 기준을 정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고대의 종교에서도 인류의 보편적인 의무과 권리, 자유와 평등에 대한 이념은 전해진다. 하지만 바이블이든 쿠란이든 신앙과 관련된 것이며 현세일 것이 아니다. 신앙과 종교와 상관없이 인간의 고민 갈등이 인권에 대한 논의에 들어간다.
이 책을 읽으며 인권의 이러한 속성에 집중하게 되었다. 인권에 대한 논의는 결론이 없다. 우리는 인간의 권리를 지키려는 도정 위에서 끊임없는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다양한 배경 속에서 만들어진 인간의 문화를 어떠한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잣대로 판단하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 [3장 종교의 자유]에서 부르카에 대한 갈등이 등장한다. 이슬람교가 아닌 세속적인 관점에서 부르카는 여성 인권 억압의 상징과도 같다. 하지만 여성이 자의적으로 필요와 선호에 따라서 부르카를 착용하기를 원한다면 그것은 개인의 의사 표현의 자유를 인정해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정답이 없는 질문은 교실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이 책의 가치는 교실에서 교사와 학생의 대화 속에서 더욱 풍성하게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주제는 한국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상술했던 부르카의 사례는 한복의 장옷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성리학의 가르침을 따르는 여학생이 등하교할 때 장옷을 입으며 남학생과 같은 좌석에 앉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자리 배치와 복장의 자유를 요구한다면 학교에서는 인권의 관점에서 어떠한 대답과 조치를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질문을 할 수 있다. 인권이 정답인가. 인권보다 중요한 가치가 있다면 무엇일까. 인권을 구성하는 다양한 권리 속에서 우리는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을까. 인권을 구성하는 다양한 가치를 균형이 있게 보호하려면 어떤 시스템이 필요할 것인가. 인권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어떻게 변해왔는가. 인권에 관한 판단은 누가 할 수 있는가. 그 판단은 무엇에 의해 긍정되는가. 사법부는 판례와 헌법에 근거하여 판결한다. 헌법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에 의해 제정되고 개정된다. 인권에 대한 최종 판단은 무엇에 근거하는가.
이 책의 긍정적인 점은 인권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인권 논의의 한계에 대해서도 분명히 언급한다는 것이다.[6장 가정과 사생활 보호] 에서 아동 인권을 보호하는 과정에서 가족을 파괴해 버린 일화를 다루었다. 이 사건에서 악인은 없었다. 오해와 어리석음이 중첩되어 있었다.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지만, 인권 보호를 우선시하면서 다른 가치를 뒷순위에 놓았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지적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는 자연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것을 지적한다. 인권은 사람에 대한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자연 속에서 살아간다. 자연을 긍정하지 않고 사람의 권리만 찾는다면 장기적으로는 인간이 얻을 수 있는 권리는 사라질 것이다.
다양한 과목 속에서 관점과 주제의 질문이 만들어지고, 인류의 역사 속에서 질문은 계속해서 변화해 왔다. 교실에서 교사는 다양한 관점에서 학생들을 자극하고 답변을 끌어내고 변화를 도모한다. 인권에 관한 이야기는 인류의 발전 과정과 함께 지속되어 왔으며 현대에 이르러서는 국제교류가 활발해지는 가운데 다양한 주제로 확산하고 있다. 미래를 살아가야 하는 학생들에게 인권이라는 주제는 이미 죽어버린 화석이 아니라 살아있는 생물같이 학생들의 성장을 도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