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 - 개정판
양귀자 지음 / 쓰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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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지 않고 스쳐 갈 수도 있었는데, 사랑일지도 모른다고 걸음을 멈춰 준 그 사람이 정녕 고맙다고. 사랑이란 그러므로 붉은 신호등이다. 켜지기만 하면 무조건 멈춰야 하는, 위험을 예고하면서 동시에 안전도 예고하는 붉은 신호등이 바로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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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그늘 - 신경숙 산문집, 개정판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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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


인간에게는 자신만의 폐허가 있기 마련이다
나는 그 인간의 폐허야말로 그 인간의 정체성이라고 본다
아무도 자신의 폐허에 타자가 다녀가길 원치 않는다

이따금 예외가 있으니
사랑하는 자만이 상대의 폐허를 들여다 볼 뿐이다
그 폐허를 엿본 대가는 얼마나 큰 가
무턱대고 함께 있어야 하거나
보호자가 되어야 하거나
때로는 치유해줘야 하거나 함께 죽어야 한다

나의 폐허를 본 타자가 달아나면 그 자리에 깊은 상처가 남는다
사랑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다
어느 한순간에 하나가 되었던
그 일치감의 대가로 상처가 남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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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취향을 아는 것은 꽤 중요하다. 취향은 단순히 호불호의 문제가 아니다. 그냥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끊임없이 나를 살피고, 발견하고, 이해하고, 알아가는 일이다. 일상의 결을 다듬고 나만의 고유한 개성을 갖는 일, 은밀한 즐거움을 누릴 삶의 동반자를 만드는 일, 그리고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지키는 일이다.
입고 있는 옷, 손에 든 가방, 입술 색깔, 아이라인의 방향, 헤어스타일, 신발의 굽, 지갑 크기, 카드 내역서, 펜의 굵기, 휴대폰 커버, 방의 벽지, 커피의 종류, 냉장고 속 식재료, 책장에 꽂힌 책, MP3 노래 목록, 자주 가는 카페, 대화의 주제 등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에 취향이 묻어있다. 취향은 한 개인의 생활방식, 심미안, 미적 감수성, 사고체계, 정체성, 세계관이 발현된 축도이다.

/출처 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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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말씀하셨다.
너무 작은 것들까지 사랑하지 말라고.
작은 것들은 하도 많아서
네가 사랑한 그 많은 것들이 모두 널 울게 할테니까.


나는 나쁜 아이였나 보다.
난 아빠가 그렇게 말씀하셨음에도
나는 빨간 꼬리가 예쁜 플라망고 구피를 사랑했고
비오는날 무작정 따라왔던 하얀 강아지를 사랑했고
분홍색 끈이 예뻤던 내 여름샌들을 사랑했으며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갈색 긴머리 인형을 사랑했었고
내 머리를 쓱쓱 문질러대던 아빠의 커다란 손을 사랑했었다.


그래서 구피가 죽었을 때
강아지를 잃어버렸을 때
샌들이 낡아 버려야 했을 때
그리고 아빠가 돌아가셨을 때
그 때마다 난 울어야 했다.


아빠 말씀이 옳았다.
내가 사랑한 것들은 언젠간 날 울게 만든다.


/신지상, 베리베리 다이스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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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날 창비시선 4
김광섭 지음 / 창비 / 197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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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저렇게 많은 별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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