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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 사용 설명서
전석순 지음 / 민음사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문제가 있는 것일까. 아니면 선택이 잘못된 것일까. 29살의 청년 철수. 그에겐 세상을 살아가고 싶은 열망이 있다. 그저 평범한 대한민국의 스물아홉살의 청년. 과거의 취급부주의처럼 자신의 열등감에 빠져든다. 남들과 다르다는 것보다는 남들과 비슷한... 하나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살아왔었다. 그리고 예전의 모습을 떠올리기보다는 그저 평범하게 자신의 모습에 같은 표정을 짓고 있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고 누구나 한번쯤 인상에 관심을 가질 것 같은 외모가 아닌 그저 철수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철수이기 때문에 철수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주변은 철수의 모습으로 떠나지 않는다. 조그만 변화에도 쉽게 변화할 수 없고 항상 그 자리에 있다. 자잘한 고장으로 반품할 수 없다. 사유가 없다. 정기적으로 만나는 수리 기사와도 이제는 친한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상품평을 따라가다 보면 철수의 진정한 모습과 만나게 된다. 그들안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버틸 수 있었으며 어떻게 버려질 수 있는지도 짐작할 수 있다. 그것은 하나의 상품화된 것들로 돌아가버린 뒤이기 때문이다.
철수의 진짜 모습이 보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것은 좀처럼 변화하지 못하는 것들로 변해진 정형화된 사람들을 보고 있는 듯하다는 것이다. 울적할 수 있고 당장은 실증을 낼 수 있지만 그것도 어떻게 보면 다른 제품과 자신의 모습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그래야만 노력을 기울일 수 있고 자신에게 맞는 것들을 추가하면서 제품이 업그레이드하는 것처럼 살아 갈 수 있는 것이다.
평범한 대한민국의 모든 청년들이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자신의 상황에 맞춰 변해야하고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사양들을 업그레이드하면서 자신의 스펙을 키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면에서 보면 철수는 그저 평범한 제품인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영역을 고스란히 갖고 있는 것이다. 고장이 나서 버려야 하는 제품이 아니라 당장은 고쳐서 쓸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제품을 사용하면서 새로운 사용자의 인식을 전혀 하지 못한다. 그것은 사용설명서를 읽지 않는 것에서부터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규격화되어 있는 제품에 대한 조금의 기대도 없이 그저 자신이 해야하는 최소한의 동작으로 제품을 쓸 분이다. 그리고 종일 그 제품에만 매달리지 않고 있는 것이 지금의 실정이다.
자신에게 맞는다고 단정지으면서 제품을 사용하면 그만인 것이다. 그리고 제품이 낡아지면 고장이 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그 제품을 버린다. 이때 다른 사용자는 나타나지 않는다. 이 소설은 이러한 인간의 굴레를 제품에 비유하며 소설을 꾸려가고 있다. 버려지는 것들은 분명이 존재하지만 스티커는 발부되지 않는다. 최고의 사람이 되기 위해 부족한 기능과 외관상의 문제들을 덮어보지만 쉽게 변하는 것은 없다.
자신의 향상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불편한 진실을 사용설명서를 꼼꼼하게 읽어보는 것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불량을 줄이기 위해 확실하게 사용하게 될 사용자에게 설명서를 선물해야 한다. 이것은 어쩌면 우리가 태어나면서부터 시작된 하나의 선물 운동인 것이다. 그리고 잘못된 것들을 조금씩 고쳐가야 한다. 이 사회가 우리의 청년들을 이렇게 만들어 놓았고 빠르게 지나는 시간과 발전된 것들에서 우리는 구식의 모델일지도 모를 일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설명서를 제대로 읽지 않았다면 인간이 만들어 놓은 틀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이 사회를 보는 것 같다 아픈 마음이 들기도 했다. 전원을 넣고 부주의한 패턴을 읽어 제품을 제대로 써야할 것 같다. 그리고 새로움에 대한 떨림을 간직해야 할 것 같다. 그것이 이 사회를 조금이라도 행복하게 헤쳐나가는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