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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아픈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 - 시인 김선우가 오로빌에서 보낸 행복 편지
김선우 지음 / 청림출판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새벽의 도시라는 이름의 오로빌. 세속에서 욕망을 지워버리고 자연과 함께 살아간다. 꿈꾸는 도시, 늘 빛이 서려 있고 희망이 노래한다.
어떤 수식어보다 그들에겐 마음의 안정을 가져오고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과 설렘으로 가득 찬다. 늘 따뜻함이 묻어나고 무언가를 실천하기 위해 그들은 그들 스스로 터득한 방법들을 이용해 서로의 마음을 나눈다.
때깔 좋은 것과 부유한 자신의 삶도 이곳에 오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 스스로에게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깨우치며 늘 감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이곳에 김선우 시인이 머물렀다. 그리고 자신의 느낌을 책으로 담아냈다. 털어내기 위해 찾았던 오로빌에서 무언가를 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것 같다.
사진과 함께 쓰인 글에는 자유로움이 묻어났고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서는 삶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들이 있었다. 무언가를 깨닫고 친구처럼 지내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행복 편지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책.
시인 김선우는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도 행복을 추구하고 세계를 하나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법을 배웠다. 모여 살고 있다는 것에서 서로 다른 단점들을 본 것이 아니라 서로의 장점을 북돋아 주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자신의 마음을 전한다.
함께 있어서 행복하고 또 누군가를 부르고 싶어 한다. 이것은 다른 사람에게도 이 행복을 나눠주고 싶고 스스로에게 위안을 주기 위함일 것이다.
벌써 나도 나보다는 남을 생각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여행은 늘 무언가를 꿈꾸게 만든다.
일상에서 간절하게 이루고 싶었던 꿈들이 서로 다른 낯선 것들과 융합이 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꿈이 커져 있게 된다.
이것이 여행의 힘이라는 것인데 시인 김선우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생각난 모양이다. 소소하고 사소한 것들까지 글 속에 담아 놓아 그가 시인이면서 소설가라는 면모를 다시금 실감하게 만들었다. 여행작가의 이미지도 책 속에서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오로빌을 가 보지 않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많이 친숙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서로 다른 것들을 바라보다가 시인 김선우가 걷었던 길을 걷고 있으니 그 속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있다는 생각까지 갖게 했다. 말이 서로 통하지 않을 것 같던 사진 속의 사람들도 왠지 나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만들었다. 오로빌의 여러 곳을 다녔던 시인의 감성처럼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전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축 처진 어깨로 지루하게 생활하고 있던 이때 이 책을 만나게 되어 기쁘다. 살아온 방식을 잠시 접어두고 시인과 함께 여행길에 올라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처럼 가깝게 느껴졌다. 그리고 늘 곁에서 오로빌을 바라보고 있을 수 있게 되어 기쁘다.
이 책을 가까운 곳에 두고 사진첩을 보듯 들여다보아야겠다.
쾅 닫힌 내 마음을 열어 두고 누군가의 소리를 누군가의 시선을 느끼면서 마음의 문을 열어야겠다.
서로 다른 생각을 이제 다시 하나의 생각으로 만들 차례인 것 같다. 여행의 후유증은 없다. 그저 기쁘고 감사하면서 하루를 또 돌아봐야겠다.
오로빌, 새벽녘에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본 별처럼 오래도록 밝게 빛났으면 좋겠다. 그래야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