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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테말라의 염소들
김애현 지음 / 은행나무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염소에게도 이름이 있다. 첫째 염소부터 시작해 다섯째 염소까지. 염소 이야기를 처음 꺼내는 건 이 책의 제목에도 염소들이라고 쓰여 있기 때문인데. 이 작품은 김애현의 첫 번째 작품이다. 흔히 작가의 첫 작품은 소설집인 것에 반해 이 작가는 장편 소설을 먼저 출간했다. 지금 소설집 출간도 기다리고 있단다.
주인공인 나는 엄마의 추억을 더듬고 있다. 병원에 입원한 엄마, 그리고 슬쩍 떠난 길에서 다양한 엄마의 추억을 보고 있다. 한 손에 얹어 놓을 수 없을 만큼 굉장하기도 하고 애써 무표정을 짓기 위해 잠깐씩 돌린 얼굴을 보는 것처럼 찰라라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다큐멘터리 작가였던 엄마의 추억을 더듬는다는 것은 종합병원처럼 스케일이 큰 것이었다. 그리고 어디로 가야할지 처음엔 고민도 있었던 듯싶다.
엄마의 친구였던 전 선생을 만나면서 이야기는 더욱 탄력을 받는다. 엄마는 자신을 다른 사람보다 더욱 더 잘 키우려고 노력했다는 것과 쉼표와 느낌표, 마침표 등으로 애 딸린 과부로 있기 싫어 정말로 열심히 살아가셨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전 선생의 여러 가지 말들은 여러 가지 힘을 얹어주었고 받아들이기를 힘들게 하는 면도 있었다.
소설에는 호세와의 이야기를 슬쩍 얹어 놓는다. 이것은 보호를 받는 사람의 시선을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지만 그 보호자의 위치가 언제든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전 선생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반갑지 않게 느끼는 나는 어디론가 발을 내딛고 엄마의 흔적을 조금씩 찾아 더욱 앞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염소의 관계에 대해 잠시 생각을 해보게 한다.
이제는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엄마의 모습에서 어떤 의미를 찾아야 할지, 어떤 시원한 목소리를 듣고 싶어 한다.
생각을 해 보면 엄마에게도 아빠가 죽고 혼자 살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을 것이라는 부분을 이해하면서도 불안한 오늘 때문인지 자꾸 나는 흔들리기도 한다. 또 누군가와 따라 나선 길이 어쩐지 흔하지 않은 일상임을 보여준다.
아픈 엄마와 어떻게 헤어져야 할지, 엄마가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준 진실을 보면서 그것이 엄마여서 다행이라고 말하는 사람까지 보면서 불완전한 요소들이 조금씩 거치는 것처럼 느껴졌다.
엄마의 삶은 진실했고 또 엄마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는 사람들이 있어 딸은 모든 것을 감수하는 법을 배우고 손에 들 그 무언가를 떠올리기도 한다. 아픈 흔적들을 애써 지우지 않는다. 소설은 헤어짐을, 그것도 엄마와의 헤어짐을 담담하게 그려간다. 그래서 오히려 슬픔이 배가 되고 그 속을 가만히 열어 숨어 있는 자국을 발견하면서 주인공은 조금씩 자신의 모습을 자꾸 대비해 가게 만들기도 한다.
엄마와 싸웠던 모습도 이제는 추억이 된다. 슬프고 참 아련한 추억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