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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운
주노 디아스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주노 디아스의 장편소설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을 읽으면서 이 작가의 유머에 반해 버렸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한편 한편을 쉽고 편안하게 즐기고 있는 사이 작가가 이야기 하는 놀라운 메시지에 또 한 번 놀라고 말았다.
먼저 출간된 그의 장편소설을 먼저 읽었고 이번엔 그의 단편소설 10편을 읽었다. ‘드라운’이란 제목의 소설집으로 10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먼저 이 작품이 한국에 출간되지 않고 장편소설이 먼저 출간된 것을 보면 이 작가는 장편쓰기에 어느 정도 능한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물론 이것은 드라운을 읽기 전의 생각이다. 이번 소설집엔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을 쓰기 위한 소재가 되고 근거지가 되는 이야기들이 여기저기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소설을 읽어가면서 나는 사람들의 내면의 모습에 저절로 눈길이 갔고 그 속에 도사리고 있는 상처와 분노를 보게 되었다. 그리고 인간의 낮은 모습들에서 우리가 얼마나 불확실한 미래를 보면서 마음을 끌어안고 살아가는지를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다.
이민 2세대의 젊은이들의 눈과 귀가 되어 그들이 겪는 아픔을 고스란히 느끼게 되니 나도 모르게 마음 한켠이 아련하게 떨려왔다. 또한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 상처는 우리의 내면을 깊숙하게 파고들어와 세상을 단절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교묘한 상술이나 어리석게 만드는 장치 없이 이민 세대가 겪는 문제들이 하나의 풍경처럼 고스란히 글로 표현이 되어 읽어갈수록 마음을 더욱 아프게 만들었다. 그들은 왜, 이토록 고통을 받아야 하고 그들은 왜 희망이란 이름을 가슴에 묻어둔 채 살아가야 하는 것인지. 우리가 밟고 있는 이 세상은 누구나 자유와 평화를 꿈꾸는데 다른 시선, 다른 감정들이 그들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면 그 얼마나 속이 쓰리고 아플까.
꿈을 찾아 다른 곳을 찾아왔지만 익숙해지고 편안해지는 것에는 왜 그토록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일까. 그리고 끝내 그 꿈을 쫒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가족의 분열과 가족이란 울타리의 경계를 타고 넘는 작가의 시선에 낮은 숨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이 모든 것이 이민 세대가 겪은 하나의 통과 의례였던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소설 10편을 읽으니 어느새 그들의 마음에 동화가 된다.
폭력과 상처를 감내하고 꿈을 꾸는 그들에게 넓고 깊은 파란 하늘이 언제나 드리워져 있었으면 좋겠다. 쉽고 편안 길이 아닌 어렵고 낯선 길에서 마주한 사람들의 눈길이 이제는 당당함으로 그들과 눈을 맞추는 사이였으면 좋겠다.
작가의 입심이 또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놓았다. 우울함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속은 찬찬히 들여다보면 희망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 것 같다. 그리고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을 읽은 사람이라면 이 책에도 손길을 내밀어 보았으면 좋겠다.
주노 디아스를 아직 만나지 못한 사람이라면 이 ‘드라운’부터 읽고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을 나중에 읽으면 더욱 더 이 작가와 가까이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연민과 주노 디아스의 감성어린 마음에 자신의 마음이 어루만져짐을 느껴보는 것은 아직은 이 세상이 살만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 속에서 우리는 물론 디아스가 그리고 있는 인물들에게도 희망이 꽃피우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