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여 네가 말해다오
조용호 지음 / 문이당 / 201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 민족은 기쁠 때면 흥에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슬플 때면 슬픔에 젖어 구슬픈 노래를 불렀다. 흥타령은 멀리 있는 사람들을 절로 춤을 추게 했다. 그리고 슬픈 노래는 멀리서 버선발로 뛰어와 노래 부르는 이를 위로하게 했다.
삶이 곧 노래였던 우리 민족의 정서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소설이 있다. 작품의 배경이기도 한 80년대의 풍경이 고스란히 이 소설의 행간을 가득 메운다. 그리고 빈틈 사이사이 노래 소리가 울려 퍼진다.
안으로 들어가는 소설이라고 이 소설을 한마디로 말하고 싶다. 노래를 통해 답답함을 뱉어내면 안은 시원해지고 무언가 뻥 뚫린 느낌이 들어서 삶을 더욱 즐길 수 있다라는 생각에서 이렇게 표현해 보았다.
실제로 소설 속 주인공 연우도 노래를 부르는 노래꾼이다. 그의 실종이 이 소설의 시작이다. 삶이 답답해 사라졌을까 하는 생각으로 소설을 읽어갔다. 그리고 내가 내린 결론은 삶이 춤추듯 연우의 삶도 굴곡이 많고 한이 서려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젊은 날의 방황은 삶을 트실 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앞에서 말한 80년대의 배경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모든 것이 암울했다. 우리의 생각까지 암울하게 만들어 놓은 시대라는 생각을 하자 구슬픈 노래는 슬픔을 배가 시켰다.
그렇다고 이 소설의 전체 분위기가 구슬프게 서려 있지는 않다. 연우를 찾으면서 만나게 되는 여인들과의 사랑은 불륜이라는 단순한 균열만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연우가 사랑했던 노래와 연우를 둘러싼 사람들의 슬프고도 여린 눈망울이 소설을 읽어 갈수록 더욱 절실하게 느껴졌다. 작가의 문체는 기사를 쓰던 문체가 어느 정도 배어 있어 소설은 더욱 속도감을 냈다. 그리고 노랫가락처럼 선율을 내면서 큰 울림을 가져왔다.
노래는 언제, 어느 장소에서 듣느냐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 이 작품도 자신의 현재 마음이 어떠하냐에 따라 여러 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울 것이다. 작가가 선택한 노래는 우리에게 흩어짐의 미학이 아닌 노래에 파묻히는 삶을 살게 해 주기도 한다. 잔잔한 감동과 진한 삶을 찾아 나서게 하는 것은 그래서 늘 아련한 기억처럼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여러 가지 단서들을 통해 연우를 찾아 나서는 신문 기자인 나는 그래서 한 곳에 머물지 못하게 만드는 것 같다. 그리고 왜 연우가 떠났는지를 알게 되면서 소설은 독특한 힘을 더했다. 연우가 왜 떠났는지에 초점을 맞추게 되면 그의 매력이 하나둘씩 떠올려진다. 그리고 불확실한 기억들은 다만 확실할 수 있는 생각들의 종적을 감추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이 말을 쉽게 풀어보면 연우가 떠나게 됨으로써 연우 자신을 둘러싼 여러 가지 삶이 현재에 멈춰 있게 되고 연우는 자유의 몸이 된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그녀를 찾아 나서는 사람. 그 사람이 연우인 것이다.
통제할 수 없는 불능의 상태가 되면 사랑을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랑의 노래, 그 힘을 빌려 사랑을 속삭이고 싶게 만들기도 하고 노래에 몸을 맡기고 춤을 추게 만들기도 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공존했다. 아마도 이것이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이며 누군가를 찾아 나서게 하는 힘인 것 같다. 잘 읽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