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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뉴욕으로 출근한다 - 뉴욕에서 12년, 평범한 유학생에서 세계 유수의 디자인 프로젝트에서 활약하는 아트디렉터가 되기까지 한국인 애니메이터 윤수정의 뉴욕 스토리 ㅣ 해외 취업 경험담 시리즈 (에디션더블유)
윤수정 지음 / 에디션더블유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그에게 보내는 메일이 유효한지, 소멸이 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오늘은 다시금 예전의 추억을 떠올려본다.
메일 한통 남기고 떠난 그, 문득 드는 생각이 그의 증명사진 한 장이 어느 책의 책갈피처럼 담겨져 있을 텐데 찾으려는 노력도 기울이지 않는 나를 보면서 이제는 그 추억이 시간이 흘러 나를 나태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야구 모자를 눌러 쓰고 찍었던 사진이 눈에 선한 건 그가 로스앤젤레스 야구팀 팬이었다는 사실이 먼저 기억나기 때문이다.
사진을 찾으려고 뒤적거리다가 뉴욕, 뉴욕이란 단어에 책을 펼쳐 들었다. 다양한 프로젝트가 다양한 사람들의 움직임을 만들고 자신의 꿈을 위해 한발 한발 내딛고 있는 곳. 어느 사람에게선 미소와 함께 무언가를 열심히 들여다보는 모습이 떠오르기도 한다. 연기 에이전트에선 사람들의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시의성만을 따지고 딱히 내세울 것도 없으면서 사람들을 판단하는 모습들이 머릿속을 가득 메우는 건 왜일까.
낯설게 하기. 삶은 혼자이면서 둘이고 둘이면서 혼자라는 생각을 이 책을 보면서 하게 된다. 회사로 출근을 하는 사람들. 그 곳이 우리나라가 아닌 낯선 풍경이 있고 낯선 말을 하고 낯선 사람들의 틈에 들어와 있는 사람.
윤수정은 어쩌면 자신의 꿈을 위해 첫 번째로 자신의 이름을 지었을 것이다. 일단 이름을 붙여보고 입에 잘 맞는 것으로 선택을 했을까.
글을 읽으면서 행간으로 번지는 미소, 그녀는 꿈을 위해 지금도 힘찬 발걸음을 옮긴다. 뉴욕은 영상의 도시, 영상 산업이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더 다양하고 그로인해 나를 주춤거리게 만들기도 한다. 그런 곳에서 여자의 몸으로 힘차게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 것을 보니 읽는 사람에게 힘과 용기를 전해준다. 그리고 그녀가 겪었던 다양한 읽을거리는 그녀처럼 그곳으로 향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본보기가 되어준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아무래도 실제의 현장의 목소리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보면 분명 멋진 일인데, 그 과정은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조금씩 벗겨지는 그녀의 모습들, 면접을 보고 일을 하기까지 어떻게 그 모든 것을 준비하고 차근차근 헤쳐나가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을까
책을 읽을수록 그 모습에 힘찬 박수를 보내고 싶어졌다. 혼자, 그것도 뉴욕의 한복판에서 자신의 젊음을 모든 사람들에게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사람. 일기처럼 쓰인 작고 여린 듯한 감성적인 글부터 다른 사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쓴 대담한 마음의 담긴 글까지 실로 멋진 일이며 누군가에게 자신의 모습을 나눌 수 있다는 용기에 새삼 내 모습을 떠올려보게 한다.
다양한 프로젝트가 그녀의 앞에 놓일 것이다.
힘찬 발걸음 내딛고 있는 만큼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그의 현장의 목소리는 계속해서 듣고 싶어질 것이다.
아차, 그는 지금쯤 뉴욕 어디에 있을까. 내게 메일을 주고 간사람. 그의 목소리가 이 책과 함께 겹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