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숨 장편소설
김숨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물’을 읽으면서 오후를 보낸다. 오후는 내게 물의 이미지로 대표되는 어머니를 만나게 했다. 김숨의 소설은 재빨리 무언가를 준비하지 않아도 좋을 만큼 천천히 시작되고 있었다. 심호흡을 한 번 하고 그녀의 소설을 읽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따금씩 들었던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다. 그것은 다름 아닌 더 가까이에서 그녀의 소설을 만나기 위해 발라드풍의 노래만을 선곡한 채 책을 읽어가는 것이었다.
들려오는 음악을 배경삼아 책장을 넘겼다.

예전처럼 매일매일 책을 읽기 위해 애를 쓰지 않는다. 내게 주어진 시간, 그 안에서 내가 읽을 수 있는 책들을 선별하고 내게 주어진 역량 안에서 그저 읽고 느끼고 그리고 생각을 잠시 하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함을 느낀다.
작가 김숨이 그리고 있는 그로테스크한 느낌은 이번 소설에서도 어김없이 나타난다. 그것은 이전의 소설과 다르게 세심한 부분으로 영역을 확대해서 그리고 있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물로 대표되는 어머니와 불로 대표되는 아버지.
어쩌면 동화적 상상력이 이 소설의 출발인 것처럼 욕망의 대립은 서로 소소한 것들부터 대립하게 만들고 무언가를 계속해서 파고들게 만든다.

가만히 있어도 무언가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 빨리 끝내고 싶지만 쉽게 무언가를 마무리하지 못하는 느낌의 대립은 언제나 욕망의 한계에까지 몰고 간다. 그리고 우리의 주변에 쉽게 노출되어 있던 것들을 소설 속에 등장 시키고 있어 읽어가는 사람으로 하여금 결코 만만찮은 느낌을 계속해서 마음에 안고가게 한다.
다른 일련의 젊은 작가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그녀만의 독특한 문체는 이번 소설을 계기로 더욱더 보호되어지고 배울 것이 많아짐을 느끼게 한다. 이것은 서로 충돌을 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 새로운 것들이 다시 발생하고 현실의 모습을 조금 더 타이트하게 만드는 효과를 자아낸다. 이것은 현실을 조금 더 메마른 것으로부터 촉촉이 젖게 만드는 힘을 갖게 한다. 어머니의 이미지가 물로 대표되는 느낌이어서 그러하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기호처럼 등장하는 납과 공기 등 구체적인 기술을 통해 작가 김숨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진다. 질문이라기보다는 계속해서 말을 걸어줌으로써 그녀가 새로운 방식으로 내놓고 있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살아가면서 막혀 있었던 것들을 조금씩 뚫어버리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이것은 다른 말로 말해 새로운 방식이라고도 할 수 있고 작은 기호는 사람의 다른 표현이며 우리가 지금 아이콘처럼 사용되고 있는 일련의 방식과 같은 맥락으로 해석을 해도 좋을 것 같다. 이렇게 되면 물과 불로 진술되어지는 부분들을 살펴보면 더 대립되어지고 견고해짐을 느끼게 된다.
가족의 모습이 어쩌면 이러할지도 모르겠다는 착각처럼 느껴지고도 하고 어디에서부터 그만두어야할지를 고민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 궁금증을 참지 못해 계속해서 소설을 읽어가게 만든다.
현실은 이러한 생산적인 부분과 얌체족처럼 느껴지는 부분들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무언가 쓰러지고 사라지면 그 안에 다른 것이 채워지고 다른 것이 채워지다 또 넘치고 나면 또 다른 것이 그 자리를 제 자리인양 의기양양하게 앉아 있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되는 것이 우리의 생활 방식이다.

이 소설도 어쩌면 그러한 모습에 많은 부분은 닮아 있다. 불안하기 때문에 서로 대립을 하는 것이고 생산을 통해 자신의 영역을 넓혀간다고 생각한다.
물과 불, 어머니와 아버지. 이 둘의 모습은 서로 맞닿아 있기 때문에 서로 자신의 영역이 더 크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언제나 이 둘은 공존한다. 그리고 쉽게 스러지지 않는다.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이야기 하면 충돌은 서로 상대편에서 무언가를 그리워하고 있다는 뜻이며 김숨이 그리고 있는 그로테스크한 표현의 한 형태로 이 소설이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소설이 그리고 있는 가족의 모습은 제각각이면서 하나로 통합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우리의 모습이며 더 나아가서는 얽혀있는 가족 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작가가 그리고 있는 이러한 메시지는 사람과의 관계를 중요시하기보다는 얽혀있는 현상, 그 표면을 보고 세심하게 바라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소설이었던 것 같다. 또한 의미가 있는 메시지를 던져준 소설이었다라고 짧게 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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