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이데올로기, 책을 학살하다 (양장)
레베카 크누스 지음, 강창래 옮김 / 알마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이념과 이념의 대립은 그 사회의 낙서까지도 후대의 사람들이 볼 수 없게 만든다. 단지 두 이념의 대치된 상황의 문제만이 아닌 실제적인 학살과 정신적인 면을 포함한 실제적인 부분을 대입해 보면 그 여파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크다. 

어떤 책을 읽으면서 책에서 느낀 감정을 채 추스르기 전에 책 읽기가가 끝났다고 가정해 보자. 그리고 읽은 책에서  얼마나 많은 숫자의 글자들이 서로 배열되어 있었는지를 가늠해 보자.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겠지만 이 책 ‘20세기 이데올로기, 책을 학살하다’를 읽으면서 지난 날 누군가의 혼잣말 같은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가 실제로 행동으로 옮겨졌고 나아가 정신적인 면에서 많은 부분 훼손시켜 놓은 사건들을 눈으로 훑었다. 

이것은 오랜 기간에 걸쳐 일어난 일이고 책을 없애고자 하는 분류의 사람들에 의해 일어난 중요한 일이며 하나의 사건으로 치부해도 좋을 것이다.
그들에겐 책이 보관되어 있는 곳이 첫 번째 공격의 대상이 된다. 우리가 포스트잇을 꽉꽉 채운 도서목록을 작성할 수 있는 도서관이 그 첫 번째 대상이라면 그 속에 숨 쉬고 있는 책은 보물과도 같은 그들의 놀림의 대상이 된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마음속으로 울부짖었던 건 이러한 도서관의 훼손이 지난 세기 우리가 볼 수 없는 자료의 한 형태이며 심지어는 우리의 모습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지금을 살아가는 거울이었어야 했다. 

상세한 것들까지 자료를 모우고 우리에게 글로 이야기하는 지은이를 보면서 힘의 논리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고 결국은 슬픈 이야기라는 생각을 가슴에 품게 만들었다. 왜 이토록 귀중한 책들을 우리에게서 멀리하게 만들었는지...... 이러한 생각까지 하게 만들었다.
새로운 목소리가 있지 않고서는 이렇게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먹을 수 있는 음식과 입을 수 있는 옷, 그리고 읽어야 할 지식으로 책이 늘 우리의 주변을 감싸야한다. 그런데 이러한 자료들이 한 순간 잿더미로 변하고 그 속에서 암흑이라는 것만을 결과물로 보인다면 우린 아마도 정신적인 충격에 사로잡혀 아무런 일도 하지 못할 것이다.
1차, 2차 세계대전에는 그 아픈 상처가 고스란히 숨겨져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뿐만이 아니라 조근 조근 살펴보면 그 속에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책의 학살이 곳곳에서 일어났고 아무도 그것을 막을 수 없었다. 

알면서도 막을 수 없는 기분이 아마 그런 기분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구체적인 일들을 써내려가는 지은이의 심정이 나와 같았고 그 느낌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었다. 어느 한 부분에 치우치지 않고 여러 가지 실례를 들어가며 상세하게 적어 놓는 지은이를 보면서 그러한 사실을 조금씩 알아갈 때 쯤 이러한 부분들이 다른 나라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그리고 지은이는 실례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덧붙이면서 다양한 나라에서 행했던 전쟁에 대한 이면의 모습을 질감 있는 목소리로 이야기 해주었다. 왜 이러한 거대 담론들이 일어났고 행해졌으면 우리는 어디에서 이러한 맥락의 줄기를 가져와야 하는지를 하나씩 짚어주기도 했다.
책이 가지고 있는 따뜻한 질감은 마침내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게 해주고 마련해주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하나씩 갖게 한다. 

이렇듯 책은 우리가 소중히 해야 하는 것이며 일일이 계획을 세워 지금부터라도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작은 바람을 갖게 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긍정적인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지은이가 준비한 방대한 양의 자료를 읽어가야 한다는 것을 알았고 미완의 이야기를 우리 스스로 완성해 가야 한다고 느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그 시대의 모습을 읽어가려고 기꺼이 시간을 내고 다양한 현상을 받아들이면서 생각을 한다면 산재되어 있는 많은 문제들이 하나씩 풀릴 것이다. 또한 하나씩 문제를 푸는 열쇠를 선물 받게 될 것이다. 

이 책은 나에게 20세기가 가져온 많은 이야기 가운데 책을 통해 내가 기억하고 싶은 공간을 하나 마련해 준 셈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부분 메모를 해 가면서 읽을 수 있어 행복했다. 나중에 내가 기억하고 싶은 단어나 문장을 하나씩 추가해 가면서 계속해서 또 읽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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