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설주의보
윤대녕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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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불이라고 말하고 싶다. 소설책을 손에 집어 드는 순간 나는 작가와 하나가 된다. 조금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작품 속 주인공과 내가 하나가 된다. 그리고 잠시 후 눈길을 밟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윤대녕의 소설엔 배경 묘사가 유난히 많다. 그래서 공간적 배경이 되는 그 곳에 주인공과 함께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그 배경이 뚜렷하게 머릿속에 그려지기 시작할 때쯤 주인공과 나누는 대화가 눈에 들어온다. 이것은 내가 터득한 윤대녕의 소설을 읽는 지극히 평범한 소설 읽기이다.

오늘도 나는 ‘대설주의보’를 펼치면서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읽어갔다. 그리고 여기에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등단 20주년을 맞이하여 펴낸 소설에서 그동안 그가 펴낸 소설을 읽던 내  모습들이 하나둘씩 스치고 지나갔다.
윤대녕을 생각할 때면 그만의 소설 세계가 있어 읽어가는 사람 입장에서 행복하다는 생각을 절로 하게 했다. 그가 제주도에 자리를 잡았을 무렵 제주도가 유난히 많이 나오는 소설을 읽으면서 윤대녕의 이면의 모습을 생각하기도 했다. 다른 작가에게서는 느끼지 못하는 배경을 생각한 것이다.

‘대설주의보’는 소설집이다.
밀도 있는 이야기를 여러 편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단편 소설이 가지고 있는 정수를 한 눈으로 확인하면서 읽고 싶은 제목을 눈을 본 다음 읽어도 그 재미를 크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보리’를 처음으로 읽었다. 그리고 ‘대설주의보’를 마지막에 읽었다.

삶은 어쩌면 같은 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두 사람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났다가 헤어지고 다시 만나고 싶어 하는 욕망이 있어 두 사람은 결국 만나게 된다. 그러나 눈이 그 앞길을 막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일 뿐 결국 조금 늦게라도 두 사람은 만나게 된다. 삶도 어쩌면 우리가 바라는 대로 일사철리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오롯 그 삶을 먼저 보여주지 않는다.

윤대녕의 소설에서 읽히는 사람과 그 사람과의 만남과 존재에 대한 그리움은 날로 심해진다. 함께 있을 때는 몰랐던 것들이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으면서 그 시간은 그리움을 배로 만들어 버린다. 대설주의보의 윤수를 보면서 그 느낌이 크게 내 마음을 파고들었다. 가슴이 먹먹했다.

만남의 시간을 지나온 시간에 대입해 보기도 하고 폭설에 시간이 멈춰버리고 내일을 기약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갖게 만들기도 한다.

윤대녕이 그리고 있는 소설은 소설 안에 또 다른 이야기를 배제시킨다는 것이다. 오로지 자신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만든다.
마치 요술봉 같다!

일곱 편의 이야기가 저마다 재미를 전해 준다. 혹은 한 편의 장편소설을 읽는 느낌과 비슷하다. 아마 윤대녕이 쓴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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