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이 눕는다 - 김사과 장편소설
김사과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아픔이 있지만 희망이란 단어를 읊조리게 만드는 소설, 현실에서의 우리 삶을 한번쯤 되돌아보게 하는 소설. 김사과의 '풀이 눕는다'를 두고 이렇게 말하고 싶다. 아무것도 원하는 것 없이 그저 자신이 가고자하는 방향에서 부딪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손에 얻을 때 그것이 이루어졌다고 흔히들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꿈을 꾸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모습을 보고 있다고 느낄 것이다. 독특한 주인공과 '풀'이라는 남자. 예술가의 면모가 현실의 모습과 사회의 균열 속에서 많은 부분 겹쳐진다. 겹쳐있다는 말이 꼭 현실을 올곧게 끌어냈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에서 한번쯤 생각해 보게 하는 것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현실의 모습이면서도 왜 이런 생각을 해 보지 못했는지 하는 의문에서 시작된다.
풀과의 사랑도 아마, 시작은 순수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삶은 순수한 영혼으로 뒤덮여 있었을 것이다. 그 잣대를 사회라는 틀이 먼저 끄집어냈고 가져다가 기준을 삶았으며 그 문제를 처음 야기했을 가능성이 크다.
늘 원하는 방식과 방향으로 살아가려는 사람에게 사회는 손을 내밀어 주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방황을 하게 되고 흔들리는 자신의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엎어지거나 슬픔을 야기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과정은 참으로 예쁘고 자신감이 넘쳐난다. 소설 속 두 사람에게도 아마 이런 마음은 현재에도 간직되어진 것일 것이다.
과연 무엇이 이들을 이 모습에 그대로 두었을까. 생각을 하다 보니 작가의 생각과 주인공의 행동이 하나로 일치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반항의 시기는 반항을 하기 위해 준비해 둔 한번쯤 그런 바람을 가졌음직한 일들을 가지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밖으로 분출할 수 있고 표현할 수 있을 때 그 모습이 참으로 예쁘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슬픔도 어쩌면 함께 있었기 때문에 극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의 경험들이 훗날 자신을 키우는 영양분으로 깊게 자리를 잡지 않을까.
소설이 주는 정신적인 면이 희망이란 단어에 힘을 보태주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별을 통해 아픈 상처를 얻었지만 주인공을 더 크고 사회와 부딪치면서 한번쯤 치열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어 줄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늘 모자란 것처럼 현실을 직시하지 못했던 내 자신도 이 소설을 읽으면서 힘을 갖았던 건 아마 늘 방황의 시기가 있지 않고 오늘처럼 오래도록 불었던 바람이 잔잔해지면 그 속에서 용기를 낼 수 있는 힘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제 아무리 거센 바람도 상처는 곧 아물게 된다. 늘 스스로 새로운 생각을 하려 했고 지금 현재에 안주하고자 했던 마음이 조금 부끄럽게 느껴진다.
슬픔은 슬픔으로 이겨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주인공에게도 이별의 아픔이 채 가시지 않았지만 어느 곳에서는 웃지 않을까
그 삶은 순수하고 누구보다도 밝았다고 생각한다. 풀과의 우연한 만남이 필연이 될 수 있을 그날, 나처럼 주인공도 용기를 내어보았으면 좋겠다. 성장하면서 그 이별은 아픔이 아닌 삶의 밑거름이 될 테니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