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함께 늙어갈 것이다
카미유 드 페레티 지음, 윤미연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은 자신도 모르게 저만치 앞서 있을 때가 있다. 늘 자신은 제자리에만 머물러 있다고 느끼면서 자신이 지나온 어제를 포함하여 지난날을 되짚어 보는 시간, 그 시간을 나는 노년의 시간이나 노년의 시기로 접어들었다라고 표현하고 싶다.
이 소설은 나에게 조금은 쓸쓸한, 씁쓸한, 정돈된 등의 느낌을 안겨주었다. 요양원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소설에서 나는 나의 모습을 떠올려 보기도 했다. 물론 아직은 먼 거리의 느낌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지만 소설에서 보여주는 여러 가지 사건과 이야기는 나에게 내가 지금 딛고 있는 이 세상의 모습을 조금 더 단조롭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해 주기도 했다. 그것이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나에겐 이 느낌이 그리 싫지만은 않은 것이 그 속에서도 여러 가지 감정들이 뒤섞여 있어 늘 우울하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느낌을 간직하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모습이, 아직은 감정을 뒤흔들어 놓을 수 있는 여지가 다분히 많이 남아 있는 것에서 희망을 본다. 노년의 시기가 길어질 거라는 신문의 한쪽 면의 기사와 어쩌면 이 소설은 많이도 닮아있는 느낌이다. 한국에서 ‘장수할 수 있는 비결’이란 책도 나오는 것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삶의 한쪽 면에 치우치지 않고 살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요양원의 모습은 어떠할까. 호기심에서 시작된 책 읽기는 요양원의 한정된 공간이 주는 조금은 슬픈, 누군가를 기다리는 기다림 등으로 텔레비전의 드라마에서 느꼈던 느낌이 내가 가지고 있는 요양원의 단면적인 모습이었다. 그리고 어떤 환희나 어떤 즐거움은 이내 기억에서 지워버려야 하는 모습들로 비쳐지기도 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그 한정된 공간은 더욱 더 확고한 공간으로 내게 인식이 되었다. 그 공간은 그대로 세월이 흘러도 한 장소에 오래도록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주변이 바뀌지 않는다면 그 시간은 사람들이 바뀔 뿐 다른 일상은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의 모습은 같을 것이라는 생각을 굳게 갖고 있다. 그러나 이 소설을 읽으면서 늙어간다는 의미를 다르게 해석하게 되었다. 혼자만이 늙어간다는 생각에서 함께 늙어 갈 수 있고 한 번도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던 노년의 모습을 다양한 해석으로 그리고 있어 노년의 모습이 이제 먼 이야기가 아닌 가까운 이야기임을 깨닫게 되었다.
하나의 공간이 주는 차가운 이미지는 다양한 감정과 섞여서 이제는 그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그저 우리가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이라는 생각까지 갖게 했다.
무엇이 그들을 요양원으로 오게 만들었는가.
사랑도 이별도, 질투도, 시기도, 모두 다 이루어지는 요양원의 풍경은 어쩌면 우리가 지극히 낮게 평가하고 낮게 바라보았던 곳이 아니었는지 한번쯤 반성을 해 보아야 할 것 같다.
이 소설은 오늘 내가 어쩌면 요양원에서의 3시간 정도 머물다가 그들의 배웅을 받으며 나오는 느낌이랄까 다양한 감정이 요양원의 문을 밀고 나오는 나에게 다가온다. 그 어떤 느낌을 마음으로 받아도 다 혼란스럽게 느껴진다. 아마 이 소설이 주고 있는 다양한 메시지 가운데 하나의 메시지를 마음에 담았기 때문일 것이다. 늘 차갑게 느껴졌던 노년의 모습이 이제는 다양함으로 내게 다가와 말을 건네고 있는 듯해 세상을 또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들에게서 본 인간적인 면과 나의 거리가 조금 더 많이 가까워진 모습이다. 독특한 소재와 한번쯤 경험해 보고 싶었던 이야기에서 나는 오래도록 빠져나오지 못했다. 다른 책을 손에 댈 수 없었던 것이 이 책이 아마 나의 감정을 뒤흔들어 놓았고 그 마음이 오래도록 지속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의 약력을 보니 노년에 대해 생각해 볼 그런 나이가 아닌데, 이런 이야기를 쓸 수 있다니 작가적 내공이 높음에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워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