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다이어트의 여왕
백영옥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토요일 새벽 3시, 퇴근을 하면서 가져 온 일을 펼쳐놓고 여태껏 낑낑대고 있다. 일을 마치면 먹으려고 했던 라면을 당연한 수순처럼 끊이기 위해 물을 올려놓는다. 옆에서 자고 있는 신랑을 깨우고 라면을 그 앞에 내민다.
안 먹겠다는 신랑을 앞에 세우고 나도 앉았다.
밤에 라면 먹는다고 혼날까봐 오늘은 아예 세워놓고 나 혼자만이라도 먹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새벽에 먹는 라면의 유혹, 살 안 찌는데 포만감은 두는 그런 라면이 있다면 아마 그 광고는 히트를 칠 텐데......
남편과 눈이 마주쳤다. 그래도 착한 신랑. 아무 말도 안하더니 힘들지, 많이 먹으라며 내게 김치도 입 안에 넣어준다.
라면을 먹고 나서 잠시 쉬면서 텔레비전을 틀었더니 리얼리티 프로그램 하나가 눈에 들어 온다. 다이어트에 관해 참가자들의 몸무게를 통해 다음 주 탈락자가 결정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 다이어트 프로그램이다.
가장 적게 다이어트를 한 사람은 탈락자로 결정된다. 이 얼마나 간단한 방법으로 이루어진 리얼리티인지...... 잠깐 보고 있는데 내 눈에 ‘다이어트의 여왕’이 또 눈길을 끈다. 지난 주 읽었던 주인공 연두가 생각난다. 그녀도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참가한 인물이다.
주변을 감싸는 이 느낌.
정체모를 이 느낌이 방금 먹은 라면의 포만감을 싹 가시게 한다. 엄청난 감량에 성공하는 연두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신랑에게 뭐라고 했었다는 생각이 문득 머리를 스친다. 그렇지 집착하지 말자. 재미있게 읽었으면 그걸로 끝이야. 나는 나름 나만의 방식으로 그 모든 것을 마무리 짓기로 한다.
언제부터인가 여성들에겐, 아니 요즘엔 남자들도 더 다이어트 열풍에 가세한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뚱뚱해서 이별 통보를 받고 고개를 가로로 저어보지만 한번은 겪었음직한 이야기가 다이어트의 여왕 속에 담겨져 새벽녘 출출함을 달래 줄 핫도그에 설탕을 찍어서 먹는 듯한 그런 느낌.
여러 가지 메뉴가 담겨진 야식집 이름을 슬슬 입으로 외우면서 내가 먹고 싶지만 당신을 위해 먹이려고 하는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자는 신랑을 깨우는 것처럼 그렇게 다이어트와 간극을 좁히지 못하지만 여왕은 따로 있다는 것을 이 소설을 보면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병적으로 변해 버린 지금 다이어트가 어디까지 와 있는지 그 문제를 조금 더 들춰보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다이어트가 성공을 거두었어도 떠나간 사람의 마음을 다시 붙잡을 수 있는지. 열정적으로 뺀 몸무게의 가벼움만큼 소설은 발랄함을 처음부터 끝까지 잃지 않는다. 이것이 이 소설의 매력이 아닐까
살면서 새벽녘 먹게 되는 음식들. 후회보다는 포만감에 들떠 있다가 아침이 되면 후회감이 밀려온다. 소설 속 주인공처럼 다이어트에 성공하기 전에 살이 찌지 않는 음식을 가려내는 것은 어떨까 요즘 식성이 바뀐 것인지 먹지 말아야 할 음식들과 시간대별 음식의 목록을 적고 있는 나를 보면서 다이어트의 여왕은 이 시대가 낳은 병적인 모습의 한 부분으로 읽힌다. 늘 긴장감속에 다이어트에 성공을 거두었거나 그런 부분들이 보이면 의도하듯 그 대화의 상황 속으로 이끄는 것을 보면서 과연 우리의 몸이 어떤 부분에서 행복한 포만감을 느낄 수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사회에 강요된 몸매를 받게 되는 경우가 많은 요즘, 이 책이 그 자리의 접점을 찾아 줄 수 있지 않을까.
소설이 주는 다양한 메시지 가운데 그 하나에 주목을 했던 것은 비웃음으로 일관되는 사회와 소설 속 이야기에서 내가 눈치를 채고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함이었다.
나에겐 딱히 다이어트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도 이 책은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에게 맞는 옷을 사러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덧붙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