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병동
하하키기 호세이 지음, 권영주 옮김 / 시공사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철저하게 사회와 단절되고 사회와 다른 눈을 보게 되는 공간이 있다. 이러한 공간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춰질 것이며 어떤 삶을 통해 온전하게 그들의 눈높이를 맞춰 줄 수 있을까 하는 고민들을 가지게 된다.
병동이 주는 의미는 사람마다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폐쇄라는 다소 과격한 말이 붙여진다면 사람들은 색안경을 끼고 그것을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외면 할 것이다.

단정 지어 말하기는 싫지만 지금 우리가 딛고 있는 이 사회가 하나의 경계를 뚜렷하게 긋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 소설은 눈높이를 자신의 시선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또 몸으로 움직이면서 자신이 변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환자들이 느끼는 고민을 솔직 담백하게 그려낸 소설. 그 공간이 병동이라는 무대로 옮겨지면서 사회로부터 시선이 멀어진 사람들을 작가는 눈을 돌려 그들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놓았다. 의사출신의 작가답게 자신의 경험은 다소 과격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다소 누그러뜨리며 환자들의 입장에 선다. 그리고 의사들이 저지르고 있는 모습을 솔직하게 묘사하고 있다.
우리에게 병원은 어떤 의미일까. 소설은 계속해서 환자들의 모습을 따뜻한 시선을 가지고 그려가면서 독자에게 묻는다. 왜 지금까지 자신은 그런 병원의 사람들에게 시선을 던지지 않고 가두어 두었는지.
많은 사람들이 현대병에 시달리고 남모른 고민에 쌓여 있는 지금, 그들이 보여주는(소설 속 인물들이) 시선에 눈을 맞추고 지금부터 아직 밟지 않는 길. 그들과 동행을 하고 서로 속이고 속이는 그런 관계가 아닌 시대와 함께 가는 사람들이라고 인식하고 뒤떨어진 생각을 조금 더 채우거나 과감하게 버린다면 이 소설이 던져주는 따뜻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병원에 오게 된 많은 사람 중에 히데마루가 느꼈을 고통과 따가운 시선에 주목했다. 그리고 정당성이라는 잣대를 히데마루에게 던지지 않고 그저 묵묵하게 소설을 읽으면서 히데마루가 평소 가졌을 생각들을 조용히 머릿속에 그려 보았다. 물론 히데마루가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부분들을 함께 공감하고 함께 고민하게 된다면 그들이 갇혀 있다고 느끼는 부분들도 어쩌면 잠시 머무르는 쉼터의 역할을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던 건 사회의 규범에 미리 규정해 놓은 우리 사회가 어쩌면 하나의 커다란 폐쇄병동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규정된 규범과 규칙, 그리고 사회의 제도가 우리를 압박하고 있지만 우리는 잠시 그것을 잊어버리거나 잠시 자신의 입장만을 취하고 그대로 남아두거나 버리는 모습들이 이 소설에서 보여주는 갇혀진 곳에서도 희망을 볼 수 있다는 생각은 우리가 지금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느냐가 중요하게 다가오는 이유일 것이다.
환자들의 거추장스러운 모습에서 그들도 서로 움직이고 서로 여러 가지 사고를 통해 근원적 질문인 나는 왜 여기에 있는가라는 물음들을 스스로 답해나간다. 

따뜻한 감동과 여린 마음, 그리고 늘 함께 라고 느끼는 우정의 중심에 닫히고 폐쇄한 공간이 존재한다.
폐쇄병동, 다소 무거울 것이라고 느낀 제목에서 뜻밖의 밝은 모습을 본다. 이것이 이 책을 읽은 가장 큰 매력의 하나이며 이 소설이 지니고 있는 삶의 본질과 인간의 참한 모습을 통해 불합리한 세상에 조금 더 다가가는 나를 보게 된다. 물론 부조합의 사회가 주는 고통을 인식하고 바꿔나가려고 노력한다면 세상은 조금 더 밝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지금 다가가고 있는 것이 폐쇄병동이지만 그 속엔 따뜻함이 있고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이것만은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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