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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어 - 개정판
요시다 슈이치 지음, 김춘미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늘 한켠에 쌓아 놓은 사랑, 이젠 허물 때도 되지 않았는가!
조금 마음이 편안해지면 마음은 안정을 찾겠지만 이내 희미해지는 기억 덕분에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책이 덮은 순간 가장 먼저 든 생각이었다. 무엇이 그리 크게 상관이었는가. 하고 물어 보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나에겐 이 책 '열대어'가 또 다른 의미를 던져주고 지나갔다. 2003년에 처음 나왔을 때에는 당시 내 나이가 어렸기 때문에 마음에 닿는 감흥이 별로 없었다. 그러나 지금 새롭게 나온 이 소설을 다시 읽어보니, 나는 내 마음에 사랑을 끼워 넣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어떤 신호처럼 평범할 것 같은 사랑의 상처를 가슴에서 새겨지는 뚜렷한 그 무엇, 사랑의 열정을 지금 이 소설에서 볼 수 있었다.
묘사가 별로 없는 소설, 그러나 행동만으로 한 소녀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그 속에 담겨진 마음을 표정을 읽듯 읽어내면서 자신이 쓰고자 하는 대로 작가는 우리를 이끄는 것을 보면서 하나의 고통을 이겨낸 평범한 문장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평범한 주인공들에게 나는 무엇을 보고 싶어 하는가 다시 생각해 보게 되고 소설을 읽으며 천천히 생각에 잠기고 나면 일본의 풍경이 눈앞에 살아난다. 그리고 완전히 한국과 다른 면을 보게 된다. 일본은 한국과 다르게 폭풍에 무방비 상태로 놓여있다. 작가는 이러한 특징을 열대어에서 자신의 생각대로 표현해 냈고 그것이 어쩌면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사랑과 맞닿아 있는 사랑의 상처처럼 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요즘, 우리의 사랑은 아침에 이야기 하고 저녁에는 헤어짐을 경험하는 순간의 선택으로 일컬어진다. ‘열대어’에서 보여주는 주인공의 눈과 귀와 그리고 누군가의 땀내는 이런 여러 가지 부수적인 것들을 보여주는 일종의 떨림이었다. 그리고 희미하게 뜬 눈에서 무언가를 발견하려고 하는 모습은 아마 사람에 대한, 아니 타인에 대한 노력의 결과가 아니까.
목수는 물건을 나른다. 아니 물건을 나르는 것을 시킨다. 이렇듯 농담과도 같은 발견은 다시금 그를 가장 낮은 곳으로 보내게 되고 단념하며 돌아서는 그에게 아무도 수고했다는 말을 남기지 않는다. 화가 나지 않았으면 그저 다행스러운 일이다.
작가가 그려내고 있는 시시한 듯 평범한 인물에서 이상하리만큼 정감 있는 부분들을 읽게 되고 무엇이 사랑에 대한 관계를 지속할 수 있게 해 주지는 사랑을 나누고 있는 공간을 통해 힘들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구분하는 작업은 탁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육감을 통한 사랑의 다툼과 기분이 상할지도 모르는 휑한 장소의 예상 밖의 돌풍에서는 발랄함이 녹아 있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먼저 이 소설을 읽어본 사람으로서 이 소설은 생각하며 읽지 않아도 좋다. 그저 읽어가면서 마음을 보고 특별히 알아보지 않는 마음이라도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할 것이다. 어쩌면 이러한 느낌의 나열이 작가 요시다 슈이치가 20대의 초반에 고민한 흔적들이 아니었을까 사랑은 그저 사랑의 마음만을 흔적으로 남겨두고 비유보다는 행동을 통해 그 역할을 크게 보여주려고 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리고 작가에겐 공간이 그저 잠을 청할 수 있는 작은 공간에서 사랑이 이루어지는 공간으로의 확정이 되어 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가슴에 품게 한다. 감각적인 소설이 많은 요즘 '열대어'를 읽으면서 느낀 가벼움이 아무래도 많이 신경이 쓰인다. 그러나 다 읽고 나니 인간의 새로운 면을 본 것 같아. 조심스럽게 좋은 소설이라고 추천하고 싶어진다.
나는 책을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