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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마음으로 찍은 풍경 - 문인 29人의 춘천연가, 문학동네 산문집
박찬일 외 엮음, 박진호 사진 / 문학동네 / 2009년 2월
평점 :
춘천, 그 이름이 던져주는 의미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나에겐 마음속에 담겨진 춘천을 떠올려보면 아련한 마음이 강하게 먼저 작용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춘천에 대한 생각과 추억을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통해 나는 이 글을 쓴 문인들을 접해왔다. 그래서 그런지 익숙한 이름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이 책은 29명의 문인들이 한편의 작품으로 읽어도 무방할 듯하다. 저마다 춘천을 떠올리고 그 생각을 종이에 옮겨 놓았다고 표현하면 딱 좋을 것 같다. 그리고 그 속에 담겨진 글과 잘 배치되도록 사진을 옮겨놓아 춘천을 떠올리는 사람이라면 더 더욱 반가운 마음으로 이 책을 읽게 될 것이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시인, 한명희 시인의 글부터 읽어갔다. 이 책의 기획위원이기도 한 시인의 글엔 춘천의 못 다한 이야기가 서려 있었다. 춘천에 살고 있으면서도 가보지 못한 곳, 그 곳으로 나를 안내해 주고 있는 듯한 착각을 가지게 했다. 다음으로 읽은 것은 춘천을 위해 한평생 살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전상국의 글은 어쩌면 아련한 옛사랑의 그림자처럼 아련함을 가슴에 안겨주었다. 어느 곳을 펼쳐 좋을 만큼 나는 책이 실려 있는 글의 순서가 아닌 사진과 눈길을 잡는 곳에 눈을 둔 채 읽어갔다. 다른 책과 다르게 이렇게 읽고 있어도 전혀 이상하게 생각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 편하게 읽어 갈 수 있었다. 이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에겐 춘천이란 도시가 삶의 공간이 아닌 여유의 공간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춘천으로 가는 길은 여행을 목적으로 목적지가 된다. 사람의 내음과 바다의 내음, 그리고 무엇보다 문학의 향연으로 그 목적지는 가는 발길마다 은은한 향기를 나에게 건네준다. 이 책도 지난 일요일, 춘천으로 가는 길에서 펼쳐보았다. 살아 움직이는 공기와 상쾌한 정신이 만나서 그런지 내가 바라보고 있는 풍경과 책 속에 담겨진 한자 한자의 곧은 느낌은 나에게 무방비 상태로 다가왔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여과 없이 읽어가는 나에게 이 책이 또 다른 감동과 생각 할꺼리를 준 것은 다름 아닌 춘천의 모습을 통해 새로운 삶을 생각할 여지를 준 것이었다. 여행을 통해 느끼는 감정과 여행의 목적지가 춘천이라면 거짓말처럼 내 삶의 모든 것을 보여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이 책에서 보면서 들었던 설레임이 춘천의 안개들처럼 책의 행간과 곳곳에 스며들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오랫동안 춘천에 살았던 사람이나 잠시 머물다 가는 사람들에게 커다란 인심을 베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어느덧 나를 종착역으로 데려가고 있었다. 산과 들, 그리고 작가와 시인들의 삶을 고스란히 마음에 담기 위해 나는 춘천의 모든 모습을 담으려고 애를 썼다. 이 책을 읽어갈수록 무엇이 그리 아득한지 또한 바다는 왜 그렇게 깊은지, 잘 모르겠지만 책에선 도도한 바람처럼 춘천을 다 보여주지는 않았다. 저마다의 글들은 읽는 사람들의 감정을 더해서 느낀 감정을 읽어가면서 느낄 수 있도록 농도 짙게 책 안에 깔아 놓아 고독과 처연의 감정까지 가지게 했다. 그것은 책은 읽어가는 사람에게도 바이러스처럼 전파가 되어 다시금 춘천을 생각나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아직 지난 일요일 다녀온 춘천의 모습이 다 사라지기 전에 여운을 간직한 채 이 책을 또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춘천에서 얻은 추억과 사진들로 웃음이 저절로 난다. 높은 산과 넓고 깊은 바다, 언제나 갈 때마다 새롭고 낯설어서 많은 곳을 더 가게 만드는 마술과도 같은 춘천에서 나는 지금,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읽은 낭만과 추억이 있는 오정희의 글에서 그녀가 왜 오랫동안 춘천을 벗어나지 못했는지 하루 머물다 온 나는 그 느낌의 절반은 느낄 수 있었다. 무엇이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 오래도록 잡고 놓아주지 않는지, 어느 소설의 주인공이 된 듯 이 책을 읽어가면서 내가 그동안 알고 있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했던 춘천이 새로운 모습으로 내 앞에 서 있다.
도대체 춘천을 찾게 되는 그 짜릿함이 무엇일까? 그것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보는 것을 권해 본다. 이 책을 읽어보면 그 답을 찾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