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씨의 맛
조경수 외 지음 / 상상공방(동양문고)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슬픈 일을 겪고 나면 사람이 변한다고 한다. 슬픔의 정도의 차이는 사람마다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슬픔 자체를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슬픈 일이 커지는 경우가 있다. 누군가의 죽음이 그 경우다. 그 사람이 자신에게서 가장 가까이에 있었던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 충격은 걷잡을 없이 커져간다. 무척 견뎌내기가 힘이 든다.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길 수 밖에서 별다른 방법을 찾을 수 없다.
외할머니의 죽음으로 모인 가족들과 애도를 하며 외할머니를 떠나보낸다. 외할머니에게서 뜻밖에 유언으로 받게 된 상속들. 가족들이 떠나고 혼자 남은 집안, 그 집안을 둘러본다. 먼지와 그동안의 추억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집이다. 그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들이 읽어가는 나를 책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지난날의 슬프고도 정겨운 이야기를 접하게 된 이리스는 세상에 태어나 지금까지 한 번도 듣지 못했던 이야기를 처음으로 듣게 된다. 낯설기도 하고 설레이기도 하는 이야기이다.
가장 가까이에 있었지만 살아가면서 한 번도 듣지 못했던 누군가의 삶. 우리의 가장 가까이에 있었던 사람에 관해 만약 듣게 된다면 처음엔 그저 충격으로 들리고 믿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다. 나에게도 그런 마음이 있었다. 그런 마음을 진정 시키며 충격과 낯선 향기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책을 읽어가면서 나를 들었다 놓았다 하는 것을 보면서 나는 내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이리스가 놓인 상황을 3세대에 걸친 여성, 아줌마의 운명이라고 붙여 보았다. 그렇게 해 놓고 나니 외할머니의 삶의 굴곡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왜 소설 제목이 사과씨의 맛인지 느껴졌다. 사과의 아름다운 모습과 그것을 먹음으로써 작아지는 사과의 모양 그리고 반 정도 남은 사과의 단면은 어쩌면 우리가 지금 지탱하고 삶의 이면이 아닐런지.
그리고 그 나머지의 생을 다하면 우리는 죽음의 소리를 듣게 되는 것이 아닌지 하는 생각에 미치게 되었다.
슬프고 정결한 마음. 그것이 사랑이고 슬픔의 이별이 아닐지. 외할머니의 죽음을 위로하고 싶기도 하고 그 슬픔을 반으로 줄여 들이고 싶은 생각까지 하게 되면서 소설은 중반을 넘어 섰다.
무언가 사랑이든, 이별이든, 그것을 계속해서 나눠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왜 그동안 외할머니의 모습과 행동들이 나타났지 왜 이리스를 이곳에 남게 했는지 하나씩 밝혀지는 비밀들에게서 작은 단서들이 들려지고 발견되면서 사건은 점점 재미를 더해 주었다. 그것은 나에게 커다란 충격과 호기심을 일으켰고 이리스에게는 더욱더 파헤치고 싶은 일종은 모성본능까지 보이게 되었다.
왜 사과 씨의 맛일까?
먹어본 적 없지만 이 소설을 통해 나름대로 추리는 가능했다. 죽은 사람의 과거에 비춰진 아름다운 사람과 죽음에 이르는 모습들이 어쩌면 일상적이 되어버린 지금, 하나의 울림이 되고 세대를 아우르면 세대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우리가 사과를 먹는 장면과 연상이 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매혹적인 그녀들의 삶은 연예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게 하면서 소설을 끝을 달려가고 있다.
사과의 아삭아삭한 맛처럼 소설은 재미와 안정을 되찾는다. 그리고 지속가능한 사랑에 대한 열망을 갖게 한다. 그러나 늦었다는 것을 알았을 땐 모든 것이 절망이 된다. 그러나 나는 이 소설을 읽고 다시 시작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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