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벽 트루먼 커포티 선집 5
트루먼 카포티 지음, 박현주 옮김 / 시공사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트루먼 커포티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그가 안내하는 소설 세계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해도 좋을 그럴 소설. 그의 초기 작품들을 읽고 싶었다.
그의 등단작이기도 한 차가운 벽. 이 표제작은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한 작가를 등장시켰다는 것과 더불어 그 속에 묘사되고 있는 공간. 이른바 소설의 공간은 사람들에게 차가움을 안겨 준다. 그러나 그 차가움은 이내 따뜻함으로 변한다. 왜일까. 이런 의문을 가지면서 읽어간 나는 그 해답을 알게 되었다. 그가 그려내는 목소리 그 목소리의 톤이 일정하게 유지를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한 줄 한 줄 얼마나 정성껏 쓰여졌는지.
아니 얼마나 정성껏 쓰려고 노력을 했는지 그의 문장 곳곳에 베어 있는 삶의 흔적을 통해 느껴 갈 수 있었다.
오래전에 아니 2년 전쯤 그의 소설을 접하고 나는 다른 느낌의 작가를 만났다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했었다. 그리고 다른 작가들 대신에 그가 그리고 있는 삶의 모습들을 총총한 눈으로 들여다보게 되었다.
이 책 ‘차가운 벽’에 담긴 다른 작품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영역, 그래서 그의 작품이 일관성이 없다고 느낄 수 있지만 그의 작품의 경향과 그 시대의 모습을 작가를 통해 아니 작가가 남기고 간 단편들을 통해 느끼고 생각하고 그리고 여운처럼 가슴에 묻어 들 수가 있을 것이다.
삶은 늘 느리게. 또는 춤을 출 때 나오는 빠른 템포의 음악처럼 어쩌면 트루먼 커포티의 삶도 그러했으리라 생각이 된다. 그래서 어쩌면 자신의 모습을 초기의 작품들에 담아 세상 사람들에게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보여 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흰색 표지가 마음에 들고 그 속에 박혀진 글씨들을 나는 그의 모습의 일부분처럼 느꼈다. 표지를 보고 있지만 보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그저 피부에 와 닿는 느낌으로 느끼고 있었다. 나는 심오한 어떤 삶의 모습을 한 차원 끌어올린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크리스마스의 추억’을 추천하고 싶다.
일상의 모습을 잔잔하고 애잔하게 바라보게끔 했던 작품인 것 같다. 늘 새로움을 추구하려는 삶에서 진진한 지금의 모습을 보게 한 작품.
그의 작품 세계는 곧 지금의 모습을 함께 떠올리면서 느끼게 한다. 어쩌면 그를 유명하게 했던 작품들도 풍경처럼 잔잔하고 애절함이 스며 있어 우리가 좋아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까지 가지게 하는 것을 보면 트루먼 커포티의 목소리는 여전히 우리의 곁에서 ‘아’, ‘어’ 하면서 우리와 호흡하고 있는 것이다.
힘이 들 때 그리고 지금처럼 편안해질 때 두 번씩 아니 삶의 굴곡처럼 그의 작품을 곁에 두고 읽어갈 것이다.
그의 목소리에 내재된 삶의 투명도는 얼마쯤 될까? 흰색 표지가 무척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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