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찬 여행기
류어 지음, 김시준 옮김 / 연암서가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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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거대한 작가 한 명을 품에 안고 살고 있다.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뽐내고 있는 작가. 류어의 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중국문학사의 한 흐름을 떼어내어 들여다보는 것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그는 한마디로 천재작가이다. 중국의 거대한 땅에서 그가 건져 올린 여행기. 견책소설이라고 일컬어지는 이 소설은 그의 문학적 지형도를 짚어 보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준다. 그가 그리고 있는 작품은 라오찬이란 의사를 통해 눈으로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고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을 수 있다.
당시의 시대상황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척도가 되는 소설이라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나의 탁월한 선택을 다시금 높이 세웠다.
청나라 말기의 시대 상황은 말 그대로 부패의 온상이었다. 백성들의 마음은 이미 땅 바닥을 오가고 있었고 서로 믿지 못하는 눈빛으로 서로의 눈치만을 보고 있는 상황이었다.
낮은 목소리처럼 라오찬의 여행기는 그러한 당시의 상황을 그대로 보여 주면서 새로운 모습을 찾고자 노력을 했다. 이는 다시 말해 의사를 통해 다른 사람을 치유하고 치료하면서 세상의 모든 것을 나 자신이 받아 간다는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픈 곳의 상처가 덧나지 않게 치료하여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것들에서 조금은 멀리 있고 싶었던 작가의 마음이 읽혀져 세상의 혹독함을 느낄 수 있었다.
자전적 소설이라고도 많이 알려졌지만 내 생각엔 그것은 그저 소설이란 형식으로 말하고 싶은 저자의 마음으로 읽힌다.
오히려 자전 소설이란 느낌 때문에 읽어가면서 당시의 작가의 삶을 떠올려보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의 작가로부터 듣게 된 중국의 몰락기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여정의 숨 가쁨이 어쩌면 지금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잠시 해 보게 되었다. 우리에게 지금 이 시대를 조금은 더 잘 살아 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는 느낌까지 들게 했다.
목숨을 붙이고 있지만 바람도 자고 구름도 흩어지는 세상에 대한 하나의 일깨움으로 이 소설을 읽으면 더더욱 좋을 듯싶다.
기록적인 느낌이 강한 소설에서 삶의 깊숙이 박혀 있는 것들을 보면서 사회가 가지고 있었던 규칙과 규율 등을 묘사와 설명을 통해 우리가 지금 그 시대를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안겨 주었던 소설 ‘라오찬 여행기’
무언가를 깨닫고 느끼고 또한 사람과 사람과의 만남을 통한 주인공과의 대면에서 나는 어쩌면 떠도는 한 낫 나약한 의사가 아닌 보고 듣고 느끼는 따뜻한 눈빛의 소유자를 만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라오찬은 내 맘에 그러한 인물로 담겨질 것이다.
중국의 모습 속에서 가장 중요시 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작가가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어 하는지.
나약하지만 강한 모습을 그리고 싶었던 작가에게
나는 중국이란 거대한 땅을 선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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