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통 아이가 밥을 가져 오면 밥을 안 먹겠다면 거실로 가 버린다. 밥을 들고 왔다갔다하는 실랑이를 한지 30분이 흘렀다. 이제 포기 단계에 다다른다. 아이의 입장에서 이 책을 보기 시작했다. 밥을 먹이기 위해 전쟁아닌 전쟁을 벌이다가도 어쩔 수 없이 밥을 먹여야겠다는 일념하에 밥을 먹였는데 이 책을 보면서 조금 생각을 바꿨다. 아이에게 어떻게 하면 밥을 먹게 할 수 있는지 아이가 자꾸 싫어하는 것을 어떻게 하면 아이가 좋아하는 방향에서 보게 할 수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시금치도 그리고 김치도 이제는 잘 먹게 되었다. 밥을 들고 다닌것이 아니라 이 책을 함께 보면서 아이에게 편안한 마음을 가지게 했다. 그것이 도움이 되었는지 일단 호기심을 가진 아이가 옆에 와서 책을 펼치고 보기 시작했다. 책을 보고 있는 아이의 옆에서 책을 보는 내내 밥을 먹어야 하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해 주었다. 지루할 수 있는 것들은 이 책에 실려 있는 그림을 보면서 함께 공감하고 계속 떼를 쓰지 않게 만들었다. 밥을 먹기전에 호소를 하거나 화를 내지 않고 아이와 같은 또래의 그림을 보면서 이야기를 더해서 말해 주었더니 재미 있어 했다. 그래서 아이에게 행복한 매미도 한숟갈 아기도 한숟갈 하면서 놀이로 밥을 먹는 시간을 마련했다. 아이에게서 맛있다는 말이 나왔다. 함께 책을 보면서 이제는 밥상을 따로 만들어 주었더니 처음엔 밥을 안 먹다가도 아기 친구가 밥을 먹고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보면서 아이도 입으로 밥을 가져 갔다. 표정까지 놓치지 않고 그려진 그림에서 나도 모르게 아이와 함께 반해 가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어떻게 할까 처음 이 책을 보기 전에 가졌던 마음들이 한 순간에 확 사라지는 느낌을 받았다. 고민이 지워지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오늘 밤에도 아이와 전쟁을 하지 않아서 좋다. 이 책이 곁에 있어 든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