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코스모스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작가에겐 글이 잘 쓰이지 않을 때가 가장 고통 스러운 시간 일 듯 싶다. 하루가 한달 같이 뻑뻑하게 돌아 가고 있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런 작가의 눈에 비춰진 한 여자.
자신의 작업실에서 그 여자를 유심히 바라본다. 처음엔 호기심으로 시작한 시선의 움직임이 그 여자를 만나고 몇 일이 지나고 다시 자신의 앞에 나타났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겠는가. 그 여자의 움직임을 눈으로 쫓는다.
처음엔 그 여자가 무슨 일을 하는 여자일까 생각을 하다가 자신의 주변에 있는 사람에 시선을 두었다가 다시 제자리로 오기를 반복하는 것을 보면서 새로운 생각을 갖게 된다.
다른 사람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는 여자에게서 오래도록 눈을 뗄 수가 없다.
독자로서 책을 읽은 것이 아니라 관객의 입장에서 들여 보게 만드는 소설이었던 것 같다.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는 사람들. 그들은 연구 배우들이다. 그리고 그들의 관계에 묘한 감정의 기폭제가 되어 누구에게 지기 싫어하는 모습과 얼굴 표정까지 작가는 섬세하게 그려 놓고 있어 그 모든 것들이 지금 무대에 올려진 연극처럼 차분하게 읽힌다.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그들의 동선을 따라가고 있는 생각까지 들게 했다. 그들이 무대에 서기까지 오디션을 통해 치열한 후보자들 사이에서 경쟁을 하고 있는 모습들은 우리의 지금 모습을 보여 주는 듯 해서 더욱 실감나게 읽어 갈 수 있었다.
띠지에 쓰여진 문구를 읽으면서 내용에 대한 생각은 해 보았지만 읽어 가면서 새로운 소재와 새로운 이야기를 통해 더듬더듬 했던 생각들이 한 순간에 정리가 되고 있는 듯 했다.
독특한 구성이 이 책의 가정 중요한 미덕으로 작용한 것도 저자의 전작과 비교해 보면 한 작가의 작품이란 생각이 거의 들지 않는다.
전혀 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 팽팽한 긴장감을 끊임없이 이야기 속에서 펼치고 있다. 그리고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열정은 다른 어느 작품의 주인공보다도 열성적일 만큼 자신의 위치에서 최대한 많은 노력을 한다.
작가의 상상력이 덧붙여져 이야기가 흘러가겠지만 그 속에 담겨진 이야기는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온다 리쿠만의 문체’였다.
여기에 이번 작품은 연극적인 가미하여 보여 주고 있어 그가 펼치고자 하는 이야기의 확정을 이루었다는 작품 외적인 면도 발견할 수 있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뜨거운 열정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또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얼마나 치열한 삶이었는지를 반성하게 되고 되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끊임없이 열광하고 이야기에 매료되어 읽다 보니 무엇을 이야기 하려는지 단순하지만 그 속에 담긴 즐거운 진리가 있어 행복했다.
색다른 선물처럼 경험을 안겨 준 소설 ‘초콜릿 코스모스’ 이 책으로 인해 즐거운 일상으로 다시 돌아 갈 수 있을 것 같다.
오래도록 창문을 통해 밖을 내려다보는 일이 잦아 졌다. 내가 있는 창에선 지하철역이 눈앞에 펼쳐진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걷고 있다. 그들도 아마 자신의 무대를 위해 노력 중 일거라는 생각까지 미치자 소설에서 나온 무대 장면 하나가 문득 떠올랐다. 기분 좋은 경험을 통해 ‘온다 리쿠’를 더 좋아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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