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함을 경험했다!

골든 슬럼버 - 영화 <골든슬럼버> 원작 소설 ㅣ Isaka Kotaro Collection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6월

3일간의 기록으로 모든 이야기가 마무리 될 수 있을까? 하는 우려 속에서 읽어 갔다. 그러나 그 예상은 몇 장을 읽어 가면서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다. 작가의 솜씨가 장난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폭파 장면과 그 장면에서 지목된 한 남자. 거침없이 진행되는 스토리는 읽는 사람의 눈을 그리고 상상력을 현혹시키기에 충분했다. 작가가 깔어 놓은 반전과 복선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내 눈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왜 이 작가 이러한 작품을 통해 대중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알 수가 있었다.
여러 일본 소설을 읽으면서 가볍게 생각했던 것들이 한 순간 눈녹듯이 사라진 것도, 일본 소설을 다시금 바라 보게 되었던 것도 이 작가의 작품을 읽고 난 후에 들었다.
이 작가의 역량이 크게 발휘되고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치밀한 구성은 평범한 한 남자의 삶을 송둘리째 가져가 버렸다. 누가 예상 할 수도 없이 빠르게 때론 천천히 생각할 틈을 주었지만 톱니바퀴처럼 끌어가는 작가의 간결하면서도 진지한 모습에 때론 경약을 금치 못하기도 했다.
친구를 만나 나누는 이야기는 사건과 사건의 접목을 통해 새로우면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사건에 대해 접근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읽어가면서 예상했던 범인은 또 한 번 나를 놀래키기에 충분했다.
한 남자의 고독과 슬픔 때론 예전 기억에 의존한 한 점의 절망이 읽어 가는 사람으로 하여금 동정심과 응원을 보내게 만들었다.
거래한 조직에 손길은 세상에 대한 처철한 복수심까지 들게 만들었다.
사건과 사건을 연결하는 고리처럼 느껴진 치밀한 행동과 대사는 나약한 자에게 주는 희망의 메시지처럼 들렸다. 폭파 사건이 일어나고 범인을 찾기 위해 나선 수 많은 목격자의 모습에서 한 남자는 무작정 달려간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자신도 모른채 가고 있는 것이다. 필사적으로 잡히지 않기 위해 시작한 도망자의 모습은 때론 어떤 사건에 연류된 사람처럼 행동하기 하지만 그의 생각과 몸은 자신이 지금 처한 상황에서 벗어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리고 맞닥트린 비행 청소년과의 대면에서 아무런 말도 못하고 그 상황을 모면하게 되는데 작가는 희망도 절망도 없이 그냥 자신을 버리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했다.
세상에 대한 검은 손길이 자신에게 다가 오는 것처럼 숨막히는 전개를 통해 이 소설을 읽어내다 보니 한 작가의 뛰어난 역량과 삶의 깊이를 바라보는 성찰적인 눈이 부럽게 느껴졌다. 때론 자신을 한 순간으로 처절하게 밀치고 있지만 낭떠러지도 떨어지기를 거부하는 한 사내는 작가가 만들어 낸 분신이며 이 사회에 대한 유쾌한 놀림꺼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 보았다. 그리고 스스로 참 훌륭하고 그 누구보다도 영웅적인 면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흥미적인 요소가 다분히 많았던 소설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