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 - 신달자 에세이
신달자 지음 / 민음사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신달자의 고백체의 문장들은 삶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아 담담하게 펼쳐진다. 그에게 삶은 어떤 의미에서는 다른 사람과 구별이 되는 부분들이 많다.
이것은 다른 사람과 다른 길 위에 혼자 놓여져 있고 시간은 그렇게 흘러 왔다는 느낌마저 갖게 한다.
그녀의 말과 그녀의 행동, 그리고 그녀의 생각은 희수를 통해, 희수를 부르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 되어지고 희수에게 당부의 말을 하며 끝을 맺는다.
희수가 가까운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내가 희수가 되어 있었다.
이 책은 작가의 말이나 시인의 말이 없는 책이다. 살아오면서 또 살아가면서 마음에 간직하고 담아 두었던 것을 아름다운 시인의 눈으로 세상을
읽어 내고 있다.
그녀의 고정 된 시선은 진지하면서도 때론 거친 호흡으로 격양된 것들을 끌어 내고 있다.
그녀의 글을 읽어 가다보면 읽는 사람도 그녀의 톤에 맞춰져 거친 호흡을 마음에서 이끌어 내야 할 때가 생긴다. 덩달아 숨 가쁜 삶을 살고 있다는 착각까지 갖게 한다.
그러나 그것은 아름다운 날에 끌어안은 상처의 흔적의 한 부분으로 읽혀져 곧 편안함을 가져다 준다
그녀만의 시선에 지난날의 진한 속내를 드러내면서도 그것이 더 이상 치부이거나 삶의 상처로 읽혀지지는 않는다.
운명처럼 우리의 곁에 나타나 우리 마음에 포용력을 심어 주는 시인 신달자.
이 책을 읽기 전에 나는 그녀가 EBS의 한 프로그램에서 스승에 관한 주제를 통해 먼저 만났었다.
그녀의 스승에 관한 이야기였던 것으로 기억을 하는데 그녀만의 따뜻함과 지난날에 대한 회상으로 진행이 되었다.
그리고 그녀와의 인터뷰가 그 프로그램의 화면을 채우고 있었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나에겐 그녀를 알아가는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소소한 일상의 모습과 이야기는 세월의 진한 향내와 함께 마음까지 따뜻하게 해 주었다.
고백하건대 앉은 자리에서 이 책만 붙들고 읽어냈다.
특히 읽으면서 인상적이던 것은 신혼 여행에서 남자는 여자에게 가방을 들라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신혼여행지가 멀다는 이유로 가까운 곳에 가는 장면이었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잠시 읽던 것을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그것은 시적인 부분과도 같은 그녀의 간결한 문체가 마음을 두드렸고 동행하며 읽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머리에서 들려오는 바람소리에 바스락 거리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을만큼 조용했던 그 새벽이 또 다시 올지 모르겠다. 순간 순간 느끼게 해 준 힘과
열정은 그 누구 못지 않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오랫만에 읽는 내내 슬펐고 행복했다.
죽어가는 것들을 살릴 수 있는 것도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말 한마디와 자신에게 거는 주문과도 같은 다짐이라는 시인 신달자의 글이
진솔함을 주는 매력을 선사해 주었다. 그녀의 글을 올곧게 읽어내려고 많은 노력을 해 보았다. 그것은 그녀의 글이 자신의 내면에서 숨쉬던 것들을 건져 올린
작은 희망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불행했던 시절과 행복한 시간속에서 그 두가지가 만나면 시인은 세상의 품에 또 울겠지!
이런 생각들이 이 책을 놓치 못하게 하는 이유들인 것 같다.
힘주어 말을 해 본다. 이제 걸음마를 배웠으니 혼자 일어설 날도 멀지 않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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