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하자! 푸른도서관 79
진희 지음 / 푸른책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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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하자!

    

평범한 삐딱이들과의 만남

 

<데이트 하자!>에서 나, 친구, 친구의 동생, 친구의 친척 등의 주변 아이들은 다섯 이야기의 주인공이고,(우리도 삶의 주인공들이지.) 이들의 공통점은 삐딱이이다. ‘사과를 주세요.’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하는 당찬 소녀 한의지, 답답한 나름 모범생에서 벗어나려는 서이유,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배우의 꿈을 짝사랑하는 나재현 등등.

 

[“지금 우선 귀찮고 입장 곤란하니까 선심 쓰듯 던져 주는 사과는 진짜 사과가 아니라는 얘기지, 내 말은. 시간에 정성을 더해서 상대가 왜 상처받았는지 알아가는 게 먼저. 사과는 그런 다음에 진심으로 다가서는 일이어야 해. -33쪽 중에서-]

 

애도의 뜻이 담긴 노랑 리본을 지니는 권리를 빼앗으려한 것도 모자라 온갖 막말을 퍼부었으니 사과를 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권위를 좋아하는 한국 사회의 어른들은 이 당연한 걸 하지 않는다. 내가 10대 때에도 본인에게 조금이라도 잘못할 때에는 너 나한테 사과해!”라며 사과를 강요하는 선생이 다수였기에 학생에게도 사과할 줄 아는 소수의 선생님들이 좋아보였을 정도였으니까 말이다.(내 기억으로는 딱 두 분이다.) 어쨌든 의지는 수학선생에게 사과를 받아냈지만 1인 시위는 계속된다. ‘옜다사과가 아닌 진심어린 사과를 받기 위해서.

 

[태오 걱정처럼 어쩌면 내 꿈도 이루지 못한 짝사랑으로만 끝날지 모른다. 좌절하고 포기하고 버려진 꿈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순간이 찾아들지도. 그렇지만 오지도 않은 그 순간이 두려워 지레 물러서진 않겠다. 걱정을 풍선처럼 부풀리며 살아가진 않겠다. 그러기에는 내가 품은 진심이 너무도 찬란하니까. 영원히 짝사랑이어도 괜찮다. 꿈이든, 의지든, 지금은 행복한 진행형이니까. -146쪽 중에서-]

 

친구 한의지와 배우의 꿈을 짝사랑하는 나재현의 짝사랑 만세는 은근히 마음 졸였다. 진로선택이 순조로웠던 고3때의 나와는 반대로 가족들의 투표로 결정된다니. 예체능을 선택한 아이들을 꼴통 취급하는 재현의 담임들은, 연극배우들은 가난하게 산다며 반대하는 재현의 아빠들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 공부 쪽을 택한 직업들이 모두 만족한 삶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는 걸 말이다.(세상에 힘들지 않은 일은 없으니까.)

 

[아마 저는 이렇게 살아도 괜찮다는 말을 건네고 싶었나 봅니다. 우리 친구들에게, 부모님과 선생님을 비롯한 어른들에게, 우리가 모르는 세상 저 어딘가에는 이런 친구들도 있다고, 그러니 살짝 삐딱해지는 걸 두려워만 하지만 말라고 말해 주고 싶었나 봅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지금의 나도 처음부터 삐딱이는 아니었다. 호구가 되어버린 내가 답답해서 거절과 돌직구를 두려워하지 않는 연습을 거치고, 권위주의와 집단문화가 싫어서 개인주의로 살아가는 나. 다수에게는 특이해 보이겠지만 전보다 훨씬 자유롭다.

 

 

-푸른책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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