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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세포 핵분열 중 ㅣ 푸른도서관 78
김은재 지음 / 푸른책들 / 2017년 2월
평점 :
17살들의 첫사랑 분투기
[이 책의 주인공들은 사랑에 서툽니다. 그래서 자기도 아프고 때로는 상대방도 아프게 합니다. 그중에서도 저는 ‘데이트 폭력’에 관한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습니다. 현실에서도 ‘데이트 폭력’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많이 일어나고 있으니까요. 저는 이 이야기를 통해 모든 관계의 시작은 상대방을 존중해 주는 것임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해용이도 언젠가는 이 사실을 알게 되겠지요? -작가의 말 중에서-]
<연애 세포 핵분열 중>은 고등학교 교사인 저자가 생생하게 그려낸 하지만 믿기 힘든 지금의 10대 청소년들의 첫사랑 분투기 혹은 솔로들의 비애들이 담겨져 있다. 정확하게는 ‘우리 때는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라는 생각뿐이었다고 할까? 내가 고등학교 때도 반마다 커플이 있었고 그들이 100일, 200일 등등에 반 애들에게 100원, 200원씩 받아 내거나(그럴 때면 나는 “축하해.”라는 말뿐 동전을 건네주진 않았다.), 밸런타인데이, 빼빼로 데이날 남자친구 혹은 짝사랑하는 남자애에게 선물을 전달하고, 남자친구와 헤어졌다고 세상 다 끝난 것인 냥 우는 여자애들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해용은 다시 한 번 시를 찬찬히 읽어 보았다. 중학교 때는 강철이와 재환이라는 벽돌만으로 우정의 집을 지으려고 했고, 고등학교에 와서는 수아라는 벽돌 하나만으로 집을 지으려고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용의 머릿속에 그간 자기 모습이 영화의 장면들처럼 스쳐 지나갔다. 자기가 생각해도 미친 사람 같았다. 집에서 울고불고 수아에게 메시지 보내고, 의자를 내 던지고, 가짜 자해 소동을 벌이고, 친구를 시켜 수아를 협박하고. 이젠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6쪽 중에서-]
남녀공학 학교 광마고에는 “우리 그만하자. 너랑은 말이 안 통해.”라는 한마디로 이별통보한 수아를 향해 데이트 폭력을 가하는 해용이, 벚꽃이 지기 전에 솔로 탈출이 목표인 근복이, 남자애들과 놀기 좋아하는 여자 친구 초영이 때문에 늘 초조한 시준이(겉으로는 괜찮은척한다.), 중국집 딸인 노을이가 짝사랑하는 지오의 성정체성 혼란, 부모의 무서운 간섭 때문에(소풍가는 날도 딸을 미행하는 엄마라니…….) 친구의 핸드폰으로 남자친구 건희와 몰래 사귀는 찬미 등 17살이라고 믿기 어려운 연애 세포들이 등장한다. 특히 수아와 해용 커플이 제일 안타까웠던건 해용에게 긴 시간동안 왕따, 학교폭력이라는 상처가 없었다면 그래서 ‘세상에서 전부라고 여긴 여자 친구에게 너무 집착하지 않았다면 수아와 계속 커플로 지내지 않았을까?’ 혹은 ‘이미 헤어진 수아에게 데이트 폭력을 가하지는 않았겠지?’라는 생각들 때문이었다. 나도 12년 이라는 긴 학창시절을 해용과 비슷한 상처로 보냈지만 정신적인 폭력을 당하는 수아의 입장도 무시할 수 없었으니까 말이다.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모든 해용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번 변한 사람의 마음은 절대 돌릴 수가 없단다.’
-푸른책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