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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마녀 우술라의 고민 상담소 ㅣ 다릿돌읽기
제성은 지음, 허현경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17년 1월
평점 :
우술라! 내 고민을 돌려줘.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이지!”
해파리 군이 어색하게 물었어요.
“그...... 그런 거지요?”
“더 큰 고민이 생기면 원래 있던 고민은 잊게 돼. 그게 바로 나, 바다 마녀 우술라의 고민 해결법이지!” -13쪽 중에서-]
<바다 마녀 우술라의 고민 상담소>의 ‘우술라’, 많이 들어본 이름이다 했더니 인어공주에게 두 다리를 주는 대신 목소리를 빼앗은 마녀였다. 그런 못된 문어 마녀가 죽도록 싸우고도 등 돌리지 않게 만드는 최고의 묘약을 찾을 목적으로 ‘고민 상담소’ 광고 전단지를 만들었다.(역시 이기적인 마녀다.) 그리고 계속해서 의뢰인들의 능력을 빼앗고, 더 큰 고민거리를 안겨준다. 코가 길어지는 피노키오에게는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이는 곤란함을, 4시44분에 강박증세를 보이는 신데렐라에게는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고, 숫자도 못 읽는 텅텅 빈 머리를 말이다.
[“후후, 좋은 방법을 알고 있지. 기쁜 일도 슬픈 일도 함께! 그렇게 시간을 함께 보내 봐! 물론 얼굴에 때도 좀 타고 머리가 헝클어져도 괜찮아. 옷이 살짝 더러워져도 상관없고.”
우술라가 처방을 내려 주었어요.
“잘 들으셨습니까요? 정들어라, 이게 최고의 해결 방법입니다요!” -118쪽 중에서-]
9살 효주의 새 인형 미녀 삼총사가 우술라를 찾아오지만 처음으로 그들의 능력을 빼앗지도, 더 큰 고민거리를 안겨주지도 않는다. 효주의 사랑을 되찾고 싶은 마음에 찾아왔던 곰 인형 곰곰이 덕분에 최고의 묘약을 찾았으니까. 우술라가 건네는 약을 삼키고 온몸이 뽀송뽀송하고 하얗게 변하고, 아기 파우더 같은 좋은 향이 나는 새것으로 변해서 돌아갔지만 효주는 여전히 곰곰이를 찾기 바빴던 거다. 그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아기 때부터 같이 지낸 낡은 곰곰이를…….
어린 시절의 나는 집밖에만 나가면 놀림 받고 따돌림 당하는 게 고민이었다. 과자를 들고나가서 나눠 먹어도 그때뿐이었고, 달라고 하는 장난감을 줘도 그때뿐이었다. 그리고 초등학교 입학 후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는 매일 맞고 다니는 학교폭력이 고민이었다. 만약 그때의 내가 우술라를 찾아갔다면 슈퍼맨 혹은 원더우먼 같은 힘의 약을 받았을까? 그러면 나는 그 힘으로 시비를 걸어오는 아이들을 때려눕힐 테고, 전교에 소문이 나면 일진멤버 가입을 강요당하는 더 큰 고민에 괴로워했을까? 그래도 피노키오, 신데렐라, 곰곰이처럼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을 것 같다.(지금 생각으로는 그렇다.)
-크레용하우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