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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지 엄마 ㅣ 단비어린이 그림책 21
김인자 지음, 한상언 그림 / 단비어린이 / 2016년 7월
평점 :
되지의 날
표지속의 남자 아이는 냉장고에 아주 멋들어지게 예술작품을 그리고 있다.(30대 중반인 내 눈으로 보기엔 낙서이지만 말이다.) ‘얘 무사하려나?’, ‘너는 재미있지만 너의 엄마는 힘들단다.’ 잠깐 동안 스쳐간 생각들이다. 그러면서 궁금했던 부분은 ‘아이들은 왜 여기저기 그리는 걸 좋아할까?’ 어쨌든 되지 엄마가 어디까지 허락해 줄까라는 의문을 갖고 책표지를 열었다.
이제 누워. 자자.
안 졸린데.
잠 안 온다고!
하지만, 엄마의 검지로 스위치는 딸깍! 아이는 그런 엄마가 시계로 보이고, 야속하기만하다. 그리고 꿈을 꾼다.
엄마 오늘은 유치원 안 가면 안 돼?
되지, 되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되지.
엄마, 나 조금만 더 자면 안 돼?
되지, 되지, 그래도 되지.
엄마, 밥 안 먹으면 안 돼?
되지, 되지, 안 먹어도 되지.
다 되는 꿈이라니……. 꿈이지만 부럽다고 하기엔 프리랜서인 나로서는 양심에 찔리고 미안할 뿐이다. 밥보다 라면이 더 좋아서 라면 먹고, 일찍 자기 싫어서 남들 잘 때 깨어있고, 남들 깨어있을 때 자고 있고, 지갑환경에 따라서 사고 싶은 거 다 사고. 나야말로 365일 되지의 날이니까 말이다.
주인공 아이가 말끝마다 ‘안 돼?’라고 물을 때마다 떠오른 건 고등학교 3학년 시절 담임이 어느 여자아이의 물음에 “너네는 꼭 안 돼요? 라고 물어보더라.”였다. 어린 시절의 나 역시 엄마에게는 “안 돼?” 밖에서 어른들에게는 “안 돼요?”라고 묻곤 했는데 지금의 내가 그 궁금증을 풀어드린다면 기대를 갖고 물어봤다가 거절당할까봐 두려워서이다. 하지만 어른들 입장에서는 되지 엄마처럼 ‘되지.’라는 대답을 더 많이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
꿈속의 되지의 날에도 안 돼는 게 하나 있었다.
엄마, 나 이제 자면 안 돼?
안 돼!
온 집안에 낙서하고 어지르는 정도가 아니라면(치우는 사람은 힘드니까.) 현실에서도 ‘되지의 날’을 만들어 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하루 종일 엄마와 마음껏 놀고, 밥 대신 군것질 마음껏 하고, 씻지도 않고 하다보면 규칙적인 생활의 중요성도 깨닫게 되지 않을까싶다. 자유로움 속에서의 깨달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