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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그런 아이 도도 ㅣ 내책꽂이
원유순 지음, 한호진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1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어른들아, 아이들을 착하다는 말로 조정하지 마라!
‘착하다’의 뜻은 ‘언행이나 마음씨가 곱고 바르며 상냥하다.’로 나오는데 사실 필수는 아니다. 그러니까 타인에게 피해를 주거나 범죄자를 연상케 할 정도가 아니면 된다. 예를 들어 어른이 심부름을 시키더라도 하기 싫으면 거절할 수 있고, 타인을 돕는 것과 양보 등도 필수가 아닌 선택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어른들은 선택을 필수인양 아이들을 조정하려고 한다. ‘아이 착해.’, ‘착하지?’, ‘착한 아무개.’라는 말들로 착한 아이 증후군으로 만들고 있다는 거다. 이유는 단 하나다. 어른인 본인들이 편하기 위해서.
[“너 이제 착한 도도 아니다.”
“알아. 나는 원래부터 그저 그런 도도야.”
“그저 그런 도도? 호호, 마음에 든다.”
수수가 깔깔 웃으며 도도의 손을 잡았어요. 도
도도 수수의 손을 힘주어 맞잡았어요. -92쪽 중에서-]
도도는 인생의 목표가 ‘칭찬받기’라고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칭찬에 집착하는 아이다. 집에서는 특별히 맛있는 반찬이 없어도 엄마가 기뻐할 것을 의식하고 냠냠 맛있게 먹고 그릇들을 싹싹 비우고 개수대에 갖다 넣기까지 하며 착하다는 칭찬을 듣고, 학교에 가서는 1학년 첫날부터 지나친 양보로 처음만난 여자 짝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친구의 지우개를 줍고는 선생님에게 가져가서 칭찬을 받아내고 급식시간에는 착한 아이는 반찬 투정 하는 거 아니라며 맛있는척하며 그릇을 비워내니까 말이다. 담임선생님 입장에서는 착한 아이가 편할지 몰라도 반 친구들은 도도를 좋아할 리 없다. 심술이 난 친구들은 먹기 싫은 우유를 대신 먹어 달라, 돌멩이를 가득 넣고는 가방을 들어달라는 등으로 도도를 괴롭힌다. 그렇게 화가 나도 꾹 참고 답답한 학교생활을 하던 도도는 모든 것을 달달 볶는 달달 할머니를 만나고 ‘절대로 벗지 말 것.’, ‘절대로 빨지 말 것.’, ‘절대로 남에게 보여 주지 말 것.’이란 주의 사항이 담겨있는 마법의 빨간 팬티를 입고부터 착한 도도에서 벗어나기 시작한다. 날마다 우유 심부름을 시키던 친구에게 “네가 갖다 먹어. 이 멍청아!”라고 받아치는 부분에서는 ‘잘했다!’라는 말이 육성으로 나올 뻔 했지만 친구 발 걸어 넘어뜨리기, 뒤에서 밀치기 등으로 지나치게 친구들을 괴롭히는 도도. 나쁜 도도가 되어있는데…….
[즐겁고 행복하려면 어떻게 하느냐고요? 쓰고 있는 가면을 벗으면 돼요. 가면을 벗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 주세요. 세상이 달라 보일 거예요. 모두가 그저 그런 평범한 사람이고, 세상을 이끌어 가는 사람도 그저 그런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것도 알게 되지요. 잘난 가면을 오래 쓰고 있으면 지쳐서 빨리 쓰러진다는 것도 꼭 잊지 마세요. -작가의 말 중에서-]
20대 후반에인가? 30대 초반에인가? 거절하는 연습을 시작했다. 첫 거절은 자리를 바꿔달라는 상대편의 말에 “귀찮아요.”였다. 거절을 해본 적이 없기에 둘러댈 말이 떠오르지 않았고 진짜로 귀찮았다. 그 다음에는 친한 친구의 코치로 내키지 않는 문자에 답장 안하고 이제 봤다는 말로 시치미 떼기, 주변에 이정표는 볼 생각도 안하고 나를 붙잡고 길을 물어보는 기성세대들에게 “몰라요.”라고 대답하기. 유아기 때 아주 잠깐 떨어져 있었던 엄마, 한 달에 한번 나를 보러오는 아빠, 양보를 강요하는 주변 어른들에게는 ‘착하다’라는 말로 조정당하고, 어쩌다 한두 번의 거절로 “쟤 못됐어.”라는 아이들의 매도에 위축되기도 했다.(왕따였기에 ‘이거 빌려주면 나를 좋아해주겠지.’, ‘부탁 들어주면 나와 놀아주겠지.’라는 기대감의 비중이 크긴 했다.) 성인이 되어서도 상대방이 나를 싫어하게 될까봐 대인배 가면을 쓰고 거절을 어려워했지만 고마움을 모르는 사람들을 보며 거절을 하든 안하든 상대편의 반응은 똑같다는 걸 깨달았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그리고 그중에 내 거절도 그대로 인정해주는 사람과 끝까지 이어나가면 된다. 가면을 벗은 지금의 나는 내 사람과 약자에게만 잘하는 깍쟁이이다.
-크레용하우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