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언덕 단비청소년 문학 2
창신강 지음, 최지희 옮김 / 단비청소년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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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는 언덕

 

원제는 <天空草坡>天空하늘’, 草坡에서 ’, ‘산과 들’(옛말이라고 나온다.), ‘시작하다라는 뜻이 있고, 비탈’, ‘언덕이라는 뜻이 있다. 나는 내가 언급한 의 뜻 중에 시작하다를 선택했다. ‘차오포(草坡) 마을이라 불리는 하늘언덕을 다시 시작하는 언덕으로 생각하고 싶어서이다. 상처받은 아이들이 이곳에서 다시 시작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들은 차오포(草坡) 마을을 떠나고도 각자의 자리에서 다시 시작할 것이다.

 

[차오포 마을에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10대 아이들이었는데, 저마다 여러 곳에서 왔다. 아이들은 공격받은 새끼 동물처럼 상처를 입어서 가족이 그 아이를 치료해 주려고 차오포 마을로 데려왔다. 하지만 상처는 마음에 생긴 거라 눈으로 볼 수는 없었다. -8쪽 중에서-]

도시와 멀리 떨어진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 제각각 다른 색깔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차오포 마을에는 아동심리 치료 센터가 있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치료 센터 혹은 병원의 이미지처럼 무겁지 않다. 자료 보관실 이름도 꽃차’, 비만으로 자신감을 잃어 찾아온 루창창에게 선생님 혹은 간호사가 아닌 그들의 이름을 그대로 부르면 된다고 일러주는 덩차이선생.

 

[도망가던 리취안취안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자신이 차오포 마을에 온 뒤 왜 그렇게 뚱보 거위, 뚱보 강아지, 루창창을 미워했는지 그 이유를 깨달은 것이다. 그들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살이 뒤룩뒤룩 찐 아빠가 떠올랐던 것이다. -125쪽 중에서]

자해로 자신을 학대하는 신신’, 갖고 있는 돈 세기에 집착하는 진상상’, 허언증을 연상케 할 정도로 하루라도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을 것 같은 런전’, 거식증으로 찾아온 콩나물이라는 별명을 가진 유일한 여자아이 등으로 서로 다른 상처를 가진 아이들 중에 친구에게나 동물에게나 모두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는 리취안취안이 제일 나를 닮은듯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폭력의 시간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고등학교 3학년 졸업만 봐라보는 학창시절을 보냈던 나는 그때의 가해자들과의 동명이인, 비슷한 이미지의 사람들을 보면 그냥 거리감이 느껴지고 괜히 싫다.(내가 친해지고 싶은 대상이면 속으로 개명하기를 바란 적도 있었다.) 누구에겐 흔한 이름이든, 흔치 않는 이름이든…….

 

성인이 되기 전에 나에게 다시 시작할 장소가 있었더라면 지금의 내 삶은 달라졌을까? 아니면 대학 입학 후 상처로만 남아있는 동네를 떠나와서의 시작, 한국을 잠시 떠나있는 동안의 그곳에서의 시작이 있었기에 그나마 이정도의 삶인 걸까? 그래도 차오포 마을을 찾은 아이들은 서로 치유해나갔지만 나는 너무 외로운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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