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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선물 ㅣ 이순원 그림책 시리즈 4
이순원 글, 김지민 그림 / 북극곰 / 2015년 12월
평점 :

산타는 우리 주변에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한단다
“아빠, 오늘 일찍 집에 들어와요?”
아기 곰 은지의 물음에 아빠 곰은 마음이 편치 않다. 아빠 곰이 하는 일은 큰 회사의 건물을 지키는 일로 하필 크리스마스 이브날인 오늘 밤새워 일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의 어린 시절에도 단 한 번도 산타가 찾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빠 곰이 다니는 회사 전기실에 펭귄 아저씨가 은지 가족 몰래 깜짝 선물을 준비한 덕분에 은지는 돈으로는 절대 살 수 없는 커다란 선물을 받게 된다. 그것은 바로 회사 건물 벽에 별처럼 새겨지고 있는 ‘아빠♥은지’ ‘축 성탄’으로 펭귄 아저씨가 아빠 곰을 옥상으로 올려 보내고 전기실에서 글자를 새기고 있었던 거다. 길을 가던 사람들 모두 걸음을 멈추고 건물에 한 글자 한 글자 글씨가 바뀔 때마다 박수를 치고 은지는 “우리 아빠가 저에게 보내는 문자예요.”라며 좋아서 자랑하기 바쁘다.
몇 주 전이었던 작년 12월23일 날 <크리스마스 선물>을 읽고 다음날이었던 24일 날 낮에 책속의 아기 곰 은지의 아빠를 보는듯한 남자손님을 만났다.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지하상가에서 운영하는 공방이기에 나는 마음을 비우고 출근했더랬다. 그런데 내가 계획했던 퇴근시간 두 시간 전에 어느 남자손님께서 쌍둥이 공주님에게 선물할 머리띠와 머리핀들을 고르셨다. 알고 보니 하필 이브날인 그날 그분이 저녁 출근하는 날이라 아이들과 함께할 수 없어서 선물을 사갖고 중간에서 공주님들 엄마와 만나서 전해주신다는 거다.(밤에 산타가 되어 잠자는 아이들 머리맡에 선물을 놓기 위해.) 편모슬하에서 자란 나는 어린 시절에 아빠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아본 기억이 없어서인지 쌍둥이 공주님들의 아버지가 멋있어 보인 나머지 옆 가게로 달려가서 선물 박스도 사오고(옆 가게 사장님은 나에게 현금대신 택배리본을 만들어 줄 것을 요청했다. 한마디로 물물교환.) 박스 안에서 선물들이 흔들리다 흠집이라도 생길까봐 작품 하나하나 에어 캡에 감싸고 담아드렸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크리스마스 날 아침에 선물을 풀어본 쌍둥이 공주님들의 표정이 문득 궁금해진다.
<크리스마스 선물>에서는 모두가 산타였다. 은지의 손을 잡고 아빠 곰 회사로 발걸음한 엄마 곰, 아빠 없이 이브 날을 보내게 될 아기 곰을 걱정하는 아빠 곰, 은지의 가족들을 위해 깜짝 선물을 준비한 전기실에 펭귄 아저씨와 루돌프 그리고 발걸음을 멈추고 박수를 치며 축하해준 행인들.

-북극곰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