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런 게 아니야! 다릿돌읽기
임서경 지음, 김형근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1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세치 혀로 친구 잡지말자

 

주인공 승희는 밥도 물도 먹고 마시고 싶지 않다. 게다가 밥 대신 비타민을 먹기도 한다. 왜냐하면 며칠 전 학교에서의 화장실 사건 때문이다. 배가 아파서 화장실에 갔다가 하필 들어간 칸에 변기가 막혀있어서 도망 나온 것뿐인데 짓궂은 친구가 자신이 본 것이 진실인양 떠들고 다니고 같은 반 친구들도 그대로 믿는 눈치였던 거다. 하지만 진짜 범인은 단짝 친구 유빈이! 자신이 놀림감이 될까봐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하니 승희는 친구 유빈이도 밉다. 그러던중 학교 급식실에서 토하는 일이 벌어지고 집에서도 음식을 보면 구역질이 나고 엄마와 병원에 다녀 온 후에는 교실에서 쓰러지더니 해골들 속에서 춤추는 꿈을 꾸기도 한다. 화장실 기피로 인해 먹지 않게 된 것이 거식증으로 번진 거다.

 

[나는 방에서 엄마 말을 못 들은 척 일부러 느릿느릿 가방을 챙겼다. 배에서 꼬르륵꼬르륵 아우성을 쳤다. 하지만 학교 화장실을 생각하면 몸이 오싹해져서 허기가 싹 사라졌다.

안 돼! 먹으면 안 돼! 화장실에 갈 일을 만들면 절대 안 돼!” 8]

 

[선생님은 내가 대답하지 않자 건강을 위해서 뭐라도 꼭 먹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밥 먹는 게 부담스러웠다. 학교 급식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때는 먹지 마, 먹지 마, 아냐 괜찮아. 먹어, 먹어.’하는 환청까지 들리기도 했다. 해골 꿈을 꾼 후로 더욱더 심해졌다. 84]

 

누군가 장난으로 한 말로인해 친한 친구도 미워지고 거식증에 승희의 부모님의 부부싸움까지……. 속담 그대로 세치 혀가 사람 잡은 셈이다. 뒤늦게라도 엄마의 보살핌과 아빠의 격려, 진짜 화장실 범인 유빈이의 생일 초대장 겸 사과편지로 생일파티 날 음식을 먹기 시작했지만 짧다면 짧은 길다면 긴 시간동안의 괴로움들이 평생 트라우마로 남지 않을 거라는 보장은 없을 것 같다. 고등학교 3학년 여름날 내가 야자시간에 제일 마지막으로 남았다는 이유로, 내가 왕따라는 이유로 워크맨 도둑으로 몰렸던 열흘이라는 긴 괴로움의 시간들 때문에, 나 역시 승희처럼 뒤늦게라도 부모님께 알려서 담임은 내 엄마에게 나를 도둑으로 몰았던 아이들이 사과하지 않으면 신고할 거라는 협박당하고 워크맨 주인이었던 현후(그 애는 복도에서 내 엄마에게도 혼났다.) 그리고 동조했던 몇몇 아이들은 담임에게 이 쓰레기들아!”라는 소리까지 들어가며 혼나고 나에게 사과편지까지 썼지만(말이 사과편지 쓴 거고 법적 증거로 남을까봐 다시 뺏어서 인멸하더군.) 아직까지도 트라우마로 남아 누군가가 떨어뜨린 물건을 주워 주기도 겁나는 것처럼 말이다.

 

 

 

-크레용하우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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