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교장과 아주 특별한 시계 다릿돌읽기
김해우 지음, 홍찬주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1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가상의 행복을 위한 허탈한 행복저축

 

유유, 보보, 미미네 학교에 새로 온 교장 선생님은 아주 특별한 선물을 들고 조회시간에 교실에 있는 텔레비전 화면에 나타난다. 맑은 목소리로 설명하기를 주인이 찼을 때만 움직이는 주인을 알아보는 시계로 손목에 차기만 하면 일어날 시각, 학교 갈 시각, 학원 갈 시각 등등 모든 시각을 귀신같이 알려줘서 절대로 늦을 일이 없단다.(발목 잡히는 게 아니라 손목 잡히는 셈이다.) 게다가 학교 수업 시간을 빼고 공부를 열 시간 하면 시계에서 환한 빛이 쏟아지고 순간이동으로 해피 월드에 들어가진단다. 아이들은 일단 공짜라는 말에 박수 치며 좋아하지만 공부를 좋아하지 않고 시계보다는 하늘 보기를 좋아하는 유유만 시큰둥하다. 보보와 미미는 특별한 시계를 받은 후로 해피 월드를 목표로 공부에 집중하느라 유유와 놀아주지 않는다. 쉬는 시간에는 수학 문제를 푸느라 끙끙대고, 집에 와서는 영어 단어를 외우고 드디어 하루 공부 열 시간을 채운 보보의 해피 월드는 현실의 비실비실한 몸이 아닌 꿈에 그리던 건강한 몸으로 변신해서 멋진 유니폼을 입고 주장이 되어 학교 운동장에서 힘껏 공을 차 골인시키고 보보네 팀이 축구시합에서 완승을 한다. 그리고 친구 생일잔치에도 가지 않고 공부한 미미의 해피 월드에서는 땅딸막하고 통통했던 몸이 모델처럼 날씬해지고 꿈이었던 패션모델이 되어 무대를 누비고 예쁜 옷으로 갈아입고 나올 때마다 관객들의 감탄과 박수를 받는다. 알고 보니 해피 월드는 꿈을 이뤄 주는 가상현실 공간이었던 거다.

 

[교장 선생님이 한껏 다정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장난감을 사고 싶어도 꾹 참고 은행에 돈을 넣어두면 나중에 이자까지 더해서 받을 수 있잖아요. 그거하고 똑같아요. 놀고 싶어도 꾹 참고 공부하면 나중에 두 배 세 배로 행복해진답니다. 그리고 경험해 본 친구는 알겠지만 해피 월드가 얼마나 재미있어요? 어린이 여러분, 행복을 저축하세요.” 39~40]

암울했던 내 학창시절을 돌아보면 마녀 교장의 말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유유처럼 공부를 좋아하지 않았던 나는 고등학교 연합고사를 앞두고서야 나름 벼락치기를 했지만 코피가 쏟아질 정도로 열심히 하지는 않았다. 그 결과 경기도 일산에서 노는 아이들이 제일 많은 학교에 합격하고도 행복해했던 것도 잠깐이라는 듯이 나는 3년을 또 학교폭력에 시달려야 했었다. 중학교 시절에라도 공부에 집중했다면 공부밖에 모르는 아이들이 모인 고등학교에 가서 나머지 3년은 편안하게 보내지 않았을까 싶다.(이미 12년 동안 맞고 살다 이제 와서 후회하면 뭐하냐고.)

 

다시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가서 마녀 교장이라는 사람이 특별한 시계를 나눠준다면? 처음에는 열 시간 공부하는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유유처럼 받지 않겠지만 보보와 미미의 해피 월드 경험담을 듣고 나면 마녀 교장에게 달려가서 시계를 받을 것 같다. 수학문제를 열심히 풀지는 않더라도 교과서를 동화책 읽듯이 읽으며 10시간을 채운 후 해피 월드로 가서 싸움을 제일 잘하는 무법자가 되어 그동안 나를 조롱했던, 폭력을 일삼던 아이들에게 실컷 복수하고 나면 현실로 돌아와서도 속이 시원할 것 같다. 그렇게 복수의 희열을 경험하고는 놀자고 다가오는 유유에게 해피 월드에서는 내가 주장이야.”라고 말한 보보와 이래 봬도 난 해피 월드에서 잘나가는 패션모델이라고!”라며 잘난척하는 미미처럼 현실에서 나를 괴롭히는 아이들을 향해 두고 봐! 해피 월드에서는 내가 싸움짱이야!”라며 또 공부에 집중하는 삶을 살게 될지도 모른다. 허탈한 행복저축인줄도 모르고…….

 

 

-크레용하우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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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23 23: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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