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 가족의 역사 ㅣ 북멘토 그래픽노블 톡 1
리쿤우 지음, 김택규 옮김 / 북멘토(도서출판)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가해 나라가 남기고 부정하는 역사의 상흔
<내 가족의 역사>의 원제는 <伤痕상흔>으로 ‘청일전쟁’과 ‘중일전쟁’이라는 중국의 역사적 상처와 쿤밍 폭격의 피해자인 장인의 이야기를 그린 자전만화이지만 일본군 종군기자가 직접 찍고 제작했다는 사진집, 화보집 등의 수많은 자료들도 생생하게 담겨있다.
[옛날 생각을 하면 너무 괴롭다고 하시더군. 또한 중국 국민도, 일본 국민도 다 피해자이고 전부 지나간 일이라고도 하셨지. 그때 나는 이렇게 설득했어. 우리가 폭로하고 고발해야할 것은 일본 제국주의이며 우리에게는 후세 사람들을 위해 역사적 사실을 밝혀 세계 평화에 이바지할 의무가 있다고 말이야. 252쪽]
주인공 리선생은 골동품 시장을 산책하던 중 손님과 논쟁 중이던 상인 라오치와 만나고 그의 골동품 가게로 가서 청의 패배로 전쟁이 끝난 후 일본의 무력시위에 못 이겨 굴욕적인 ‘시모노세키조약’을 체결하고 중국 랴오둥 반도와 타이완을 일본에 넘기고 우리나라인 조선에 대한 종주권까지 포기했다는 청일전쟁을 묘사한 그림을 접하게 된다. 그림을 돌려주기로 한 사흘 후 라오치의 제안으로 그의 스승이 살고 있다는 빈민가로 찾아가서 일본군 종군기자가 직접 찍은 5Kg이 넘는 사진들과 화보집들을 다시 자신의 카메라에 담는다. 국경절 휴일 동안 일본어에 능통한 샤오커, 샤오정 부부의 도움으로 중일전쟁이라는 역사 속을 파헤쳐가던 중 일본군이 투하한 폭탄에 열한두 살 소년이었던 장인의 세 가족도 잃게 하고 한쪽 다리를 잃게 했던 가장 아픈 상처와 마주하게 된다.
[중일전쟁은 우리와 상관이 없을까? 청일전쟁처럼 중일전쟁으로 한반도가 전쟁터가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일본은 중국을 침략하면서 한국을 병참기지로 만들었다. 전쟁터는 아니었지만 일본군이 필요한 전쟁 물자를 조달하는 책임을 우리에게 지운 것이다. 물자만이 아니었다. 수십만이 노동자로 군인으로 끌려갔고, 성노예로 고통을 받았다. -추천의 글 중에서-]
25살 때 상하이 어학연수 시절 내 룸메이트는 20대 초반 일본인이었다. 저녁때이면 나는 기숙사방안에서 일제강점기 배경인 중국역사 드라마를 보곤 했었다. 동시대에, 같은 가해 나라 때문에 한국도 슬픈 역사를 살았기에 속으로 일본을 욕하면서 보고 있다가도 룸메이트가 방문을 여는 순간 채널을 돌리곤 했다.(논쟁을 피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공부했던 학교 근처에는 중국인들은 루쉰 공원이라 부르는 홍커우 공원이 있다.(그 공원을 산책하면서 중국친구에게 윤봉길 의사가 도시락 폭탄을 던졌다는 역사를 중국어로 설명하느라 애먹었던 기억은 아직까지도 생생하다.) 그 당시에 자주 붙어 다니던 한국 대학생에게 들은 말인데 “한국인들은 루쉰을 좋아하는 것 같아.”라는 일본유학생의 말에 한국유학생의 설명을 듣고는 처음 듣는다는 듯 깜짝 놀라며 누가 자기네 일본인을 죽였냐고 되물었단다.
계속해서 역사의 만행을 부정한다면 개인 대 개인도 절대 편할 수 없다는 걸 일본은 깨달아야할 것이다.
-한우리 북카페 서평단으로 북멘토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