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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비 깨비 아기 도깨비 ㅣ 한무릎읽기
김원석 지음, 이용규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14년 10월
평점 :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4/1220/pimg_7266811261121766.jpg)
사람을 좋아하는 밤 친구 아기 도깨비
‘꼬비 꼬비 내 친구 꼬마 도깨비 북 치고 장구 치며 나타났다네.’
초등학교 시절이었던가? 중학교 시절이었던가? 내가 재미있게 봤던 도깨비 만화다. 아! 방금 검색해보니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 만화다. 주인공 소년 김서방과 꼬비가 초강력 도깨비로 합체 하기위해 ‘쎄쎄쎄! 백두무궁 한라삼천!’이라는 주문 아직도 기억난다.
빛돌이는 모두가 자고 있는 밤에 곧 설사가 나올 정도로 배가 아프지만 화장실 가기가 망설여진다. 밖에 따로 있는 시골 외갓집 화장실에 어젯밤 외할머니가 들려준 달걀귀신과, 도깨비들이 여기저기에서 튀어나올까봐 무서운 거다. 한 번에 끝나지 않은 설사로 인해 여러 번 화장실에 들락거린 빛돌이는 달걀깨비라는 아기 도깨비와 만나고 밤골 마을에 혼자 남게 된 사연을 듣게 된다. 밤골은 다른 마을보다 개발이 늦어서 도깨비들이 오랜 시간동안 옹기종기 모여 살았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전봇대와 공장이 들어서면서 점점 오염이 되고 집집마다 번개깨비라 불리는 전구까지 들이닥쳐서 도깨비들이 더는 살 수 없게 되어 모두들 다른 공기 좋은 마을로 떠났지만 아기 달걀깨비는 점례가 살던 집과 은행나무를 지키기 위해 혼자 남게 된 것이다. 말을 하지 못했던 점례에게 은행나무가 소중한 친구였기에 더더욱 지켜주고 싶었던 거다. 친구가 되어 밤마다 만났던 빛돌이가 서울로 돌아가는 날이 다가오자 아기 달걀깨비도 같이 데려가 달란다. 빛돌이와 함께 있고 싶어서. 그런데 이때 사람과 어울리는 아기 달걀깨비를 탐탁치 않아하는 엄마 도깨비와 비깨비가 나타나 난다. 그물에서 탈출한 아기 달걀깨비는 다시 점례가 살던 집으로 돌아와 아빠 도깨비가 감춰 둔 도깨비방망이를 찾았지만 이번에는 심술궂은 몽당깨비가 나타나서 도깨비방망이를 빼앗으려든다. 그렇게 몽당깨비의 심술과 둘의 싸움이 시작되고 도시에서는 도깨비장난으로 보이는 이상한 일들로 뉴스속보가 끊이지 않는다.
[“아기 도깨비를 도울 거예요. 아기 도깨비가 서울에서는 눈이 매워 눈 뜨기가 어렵고, 숨도 쉴 수가 없다고 그랬어요. 아기 도깨비는 그 옛날 훼손되지 않은 자연 속에서 살고 싶어 했어요. 그러니 아기 도깨비가 이 땅에서 사라진다면 우리 사람들도 살기가 힘들 거예요. 자연이 되살아나면 아기 도깨비도 마음 놓고 사람과 함께 사이좋게 살 수 있을 거라고 했어요.” 202~203쪽]
아동기부터 고등학교 시절까지 나는 어느 경기도 주공아파트에서 살았었다. 창밖으로 잠자리가 날아다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고 아파트 주변에 있는 풀밭에서는 메뚜기와 개구리도 쉽게 볼 수 있었다. 비온 다음날이면 얌전히 있는 지렁이를 발로 건드려 보기도하고 초등학교 1학년 때는 하굣길에(학교는 아파트 뒤에 들판에 있었다.) 고인 물에서 올챙이를 잡다가 늦어서 엄마한테 혼나기도 했었다. 3학년 때부터 학교 길에 모래사장이 생기더니 5학년 때는 아파트 뼈대가 세워지고 중학교 때는 고층 아파트단지로 변하고 찻길도 생겼다. 그 후로 내가 좋아하던 메뚜기, 개구리, 지렁이는 볼 수 없었다. 그들도 좀 더 큰 도시로 변한 경기도에서 눈 뜨기가 어렵고 숨도 쉴 수가 없어서 밤골에 살던 도깨비들처럼 다른 공기 좋은 마을로 이사 간 걸까?
나는 중학교 때까지 도깨비가 정말 있는지 없는지가 의문이었다. 만약 도깨비가 나에게 친구하자고 다가왔다면 처음에는 사람과 다른 모습에 놀랄 수도 있지만 거절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도깨비와 나에겐 마늘을 싫어하고 메밀묵을(사실 모든 묵을 좋아한다.)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고 늘 주변에 친한 친구가 없던 나에게 모든 걸 털어놓을 수 있는 나만의 밤 친구가 생기는 거니까.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나를 괴롭히는 반 아이들을 도깨비방망이로 혼내달라고 부탁할 수 있으니까.
-크레용하우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