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나를 불러요 다릿돌읽기
정진 지음, 이민혜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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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부르는 행복한 아이

 

공책을 펼치고 한손에는 연필을 잡고 나머지 한손은 턱을 괴며 미래를 상상하는 문이의 모습은 마치 나는, 나는 자라서 무엇이 될까요?’라는 동요를 연상케 하는 책 표지인 듯하다. 내가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엔 1학년 때는 여자아이들은 대부분 선생님이나 간호사가 되고 싶어 했고, 남자아이들은 경찰이 되고 싶어 하는 애들이 많았던 것 같다. 3학년이 되니 피아니스트도 나오고 과학자도 나왔었는데 그 애들은 지금쯤 그 꿈들을 이루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내가 초등학교 때 꾼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다(주제파악을 못했던 것과 작가의 꿈을 너무 늦게 갖게 된 탓에…….).

 

문이는 강원도 태백에 어느 작은 학교에 다니는 4학년 여자아이이다. 문이네 반 아이들은 모두 여덟 명으로 여자아이는 문이와 다정이, 나머지는 다 남자아이들이다. 반 아이들이 적은만큼 서로가 친근하게 지내던 어느 날 다정이가 길에서 데리고 온 아기 고양이 사건으로 인해 문이와 유민이는 치고 박고 싸우게 되고 싸운 벌로 문이가 받은 벌은 독후감 써 오기라는 특별한 숙제 이다. 세상에서 독후감 쓰기가 제일 싫은 문이는 할아버지가 쓴 글을 베껴서 제출하지만 아이들 앞에서 망신을 당하고도 독후감 쓰기 숙제를 다시 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학교 안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가지만 눈과 머리가 어질어질할 뿐이다. 게다가 책을 많이 읽는 유민이가 약 올리기까지 한다. 그런데 글씨가 적고 그림이 많아 고른 책은 자신으로 인해 곤란해지기 싫어하는 아빠의 전화로 슬퍼하던 문이의 눈물이 쏙 들어가게 한다. 그냥 막 쓰자는 생각으로 마구 써간 독후감으로 다음 날 칭찬 스티커 세 개를 받기도 한다. 문이가 독후감을 아주 잘 썼단다. 선생님이 빌려준[안네의 일기]를 읽은 문이는 가족이 다 같이 살아도 외로울 수가 있다는 걸 처음으로 깨닫는다. 그동안은 자기처럼 아빠랑 떨어져서 조부모님과 살거나, 부모형제가 없어야만 외로운 줄 알았던 거다. 그 후로 문이도 안네처럼 일기를 쓰기로 다짐한다.

가을이 깊어진 어느 날 선생님은 시월의 추천 도서라며 [할아버지 안녕]으로 독후감 숙제를 낸다. 이번 독후감을 잘 써서 칭찬 스티커를 세 개만 더 받으면 선생님과 친구 다정이와(다정이는 두 개만 더 받으면 서른 개다.) 피자를 먹으러 갈 수 있다.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주인공 이야기를 읽고 [할아버지 안녕]을 쓴 작가에게 편지를 쓰듯 독후감을 써내고 드디어 칭찬 스티커를 30개를 모아서 다정이, 유민이 그리고 선생님과 시내에 나가서 피자를 먹을 수 있다. 게다가 선생님은 독후감 숙제로 낸 편지를 출판사에 보내고 작가와의 대화를 약속한 작가는 추운 겨울날 폭설을 헤치고 문이네 학교에 찾아온다. ‘작가와의 대화에서 문이는 꿈이란 도대체 뭘까요? 왜 가져야 하는 걸까요?”라고 질문한다.

비록 벌로 받은 숙제였지만 시내에 나가서 선생님, 친구들과 피자도 먹고, 작가도 만나고, 꿈도 갖게 되었으니 13조인 셈이다.

 

초등학교 1학년 시절 나의 꿈 그리기시간이었다. 커서 무엇이 되고 싶은지 그리는 시간이었는데 그전까지 이란 단어 자체를 몰랐던 나는 당연히 뭐가 되고 싶은지도 몰랐다. 손에 크레파스를 쥔 채 고민하고 있다가 옆에 남자 짝의 그림을 보니 경찰이 그려져 있었다(남자 짝의 앞에 앉았던 남자애도 경찰을 그렸었다.). 드라마로, 실제로 봐왔던 경찰들의 유니폼을 여자가 입으면 어떨까? 라는 상상을 해보니 정말 멋질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머리 긴 여자경찰을 그렸던 것 같다. 내 그림을 본 남자 짝은 너 왜 나 따라 그려!”라고 따져 물었고 나는 나도 경찰 될 거야.”라고 받아쳤었다. 그림 그리기가 끝나고 선생님한테 검사를 받을 때 내 남자 짝과 그 애 앞에 앉는 남자애는 여자가 무슨 경찰이 되겠다고.”라며 비웃듯 말했다. 선생님은(사실은 내가 절대 좋게 기억할 수 없는 여우 할망구 이다.) “여자경찰도 있어.”라며 나를 두둔했고, 그 두둔에 신난 나는 선생님, 여자경찰도 있지요?”라고 확인하듯 여쭤봤다. 선생님은 망설임 없이 , 여자경찰도 있어.”라고 말했다.

그리고 3학년 때 나의 꿈 그리기시간엔 훔친 물건을 들고 도망가는 도둑을 잡기위해 뛰어가는 치마 입은 여자경찰을 그렸고 어른들이 장래희망이 뭐냐고 물으면 경찰이요.’라고 대답했었다. 그 당시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경찰청 사람들]을 즐겨보기도 했었다. 고학년이 되어가면서는 경찰이 되려는 목적이 어른이 되면 어린 시절에 나에게 상처 줬던 친구들, 어른들을 감옥에 가두는 거였다. 편모슬하에 살면서 어른들한테는 차별을, 또래 애들한테는 놀림을 받고 살다보니 강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과 복수심을 갖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6학년 때 내 주제파악을 하게 되면서 경찰의 꿈을 포기했다. 달리기 시합에서는 꼴찌를 도맡아하고 애들한테 늘 맞고 다니니(오죽했으면 엄마가 비실이 경찰이라고 했다.) 커서도 당연히 도둑을 이기지 못할 거라는 걸 깨달았던 거다. 그리고 중, 고등학교 때의 나는 꿈이 자주 바뀌기도 하고 엄마가 만들어준 꿈에 따라갈까 싶기도 했던 것 같다.

지금도 궁금한 건 만약 내가 운동을 잘하는 아이였다면 지금의 나는 어린 시절에 상상했던 멋진 여자경찰의 모습일까?

 

 

-크레용하우스 서평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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