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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사라졌다! ㅣ 단비어린이 문학
청웨이 지음, 강영희 옮김, 김미희 그림 / 단비어린이 / 2014년 6월
평점 :
어른들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단다.
원제는 俄罗斯娃娃的秘密. 바로 이 작품의 맨 마지막 목차인 -러시아 인형의 비밀- 이다. 한국 번역서인 <<아빠가 사라졌다!>> 표지에는 제목 그대로 아빠가 사라진 마이아네 집을 나타냈고, 중국원서는 샤를로테, 마이아 두 아이가 치마를 들어 올리고 작은 새가 각각 한 마리씩 들어있는 새장을 바라보고 있다. 중국작가는 혼자만의 휴가를 떠난 마이아의 아빠 마음에 집중한듯하다.
열 살 난 여자아이 샤를로테네 집은 흔하디흔한 가정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른 점이 아주 많은 집이기도하다.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때면 엄마, 아빠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시작으로 아빠와 딸, 단둘이 가는 여행과 엄마와 아빠 둘이 가는 여행으로 해마다 휴가를 두 번이나 가니까 말이다. 그리고 움직이는 집이 생긴 뒤로 샤를로테의 아빠는 캠핑카로 들어가 그곳에서 혼자 밥 먹고 잠을 자는 일이 잦아졌다. 하지만 엄마는 아빠에게도 혼자만의 장소가 필요하다며 따라가지 못하게 한다. 엄마 아빠를 이해할 수 없는 샤를로테는 벼랑 끝에 서 있는 자신의 집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떠오르지 않아 불안하기만하다.
샤를로테의 친구 마이아네 집은 휴가를 가더라도 온 가족이 함께 움직이고, 엄마 아빠는 서로에게 좋은 말만한다. 그래서 마이아는 자신의 집이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집이라고 믿어왔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아빠가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세상에서 제일 좋은 스위스 시계처럼 정확하게 규칙적인 생활을 하던 아빠가 저녁식사 시간이 지나도 들어오지 않고, 휴대폰도 받지 않는다. 아빠는 가족들 몰래 회사에 3개월 이라는 긴 휴가를 신청한 거였다.
샤를로테와 마이아는 도움을 청하기 위해 숲에 있는 샤를로테의 아빠를 찾아간다. 철학과 교수인 샤를로테의 아빠는 마이아의 아빠가 마음속에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잘 알 것 같다고 생각한 거다.
샤를로테의 아빠는 두 아이에게 모든 사람은 삶에서 많은 역할을 맡는데 학교에서는 교수, 집에서는 아빠이자 남편인 자신에게 상대방이 바라는 것은 제각각이며 그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려고 바쁘게 뛰어다니지만 정작 자신을 위한 시간은 많이 갖지 못함을 털어놓는다. 그리고 사람들은 바쁘게 살아가면서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에는 귀를 기울이면서도 정작 자신한테는, 자신의 마음에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아빠의 말을 듣는 순간 샤를로테는 아빠가 왜 혼자 밖에서 주말을 보내는지 깨닫게 된다. 왜 휴가를 두 번으로 나눠서 떠나는지도 말이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 해도 시간적으로든 공간적으로든 약간의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거다.
마이아의 아빠 역시 사라진 게 아니라 자기 자신만의 휴가를 떠난 거다.
샤를로테는 마이아의 집에 오기 전에 밀러 할아버지에게 이야기를 이해한 보답으로 선물 받은 특이한 러시아 인형을 꺼내서 마이아에게 보여준다.
제일 큰 여자아이 배안엔 근엄하게 생긴 남자 어른, 그 안에는 남자아이 또 그 안에는 새끼 사슴, 새끼 사슴 안에는 멀리 나는 새끼 새가 나왔다. 마지막으로 마이아가 직접 새끼 새를 열어보니 그 안에는 돌돌말린 마이아의 아빠 편지가 들어있었다. 마이아의 아빠가 부탁한 쪽지를 그리고 그 마음을 밀러 할아버지는 러시아 인형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거다.
[“샤를로테야, 우리는 날마다 가지각색의 사람을 만난단다. 남자, 여자, 노인, 아이……. 그중에는 기쁜 사람도, 슬픈 사람도 있겠지. 그런데 우리가 보고 알 수 있는 건 실은 그 사람의 겉모습뿐이야. 그 모습이 그 사람의 전부는 아니겠지. 사람들 마음속에는 많은 것이 숨겨져 있단다. 그런데 그들은 러시아 인형이 아니라서 한 겹 한 겹 열어 볼 수는 없어. 불행하게도 말이지. 그렇지 않니?” 90쪽]
[사실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는 파란 하늘을 홀로 자유롭게 날기를 꿈꾸는 새끼 새가 숨어 있다. 우리는 모두 그 새끼 새를 아껴야 한다. 그리고 새끼 새가 힘차게 날아오를 수 있게 기회를 주어야 한다. 136쪽]
한우리 북카페 서평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