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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볼 - 나도 모르게 시작된 왕따 이야기 ㅣ 내인생의책 그림책 50
얀 더 킨더르 글.그림, 정신재 옮김 / 내인생의책 / 2014년 5월
평점 :
다름을 인정하고 잘못된 다수의 행동에 “아니!” 혹은 “하지 마!”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아이들이 많아지길 바라며.
주인공 ‘나’는 친구 튀르의 볼이 빨개진 것을 제일처음 발견하고는 신기한 듯이 파울을 부르고 파울도 키득거리며 프레이크를 부르고 프레이크는 린을 부르고 그야말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친구들을 불러와서 볼이 빨개지는 한 아이를 놓고 비웃고 수군거린다.
“네 빨간 볼 한 번만 더 보자!”
비웃음과 수군거림은 곧 조롱으로 이어지고 ‘나’는 점점 위축되는 튀르를 보며 친구를 놀리는 일이 더 이상 재미없고 다른 친구들도 그만 놀렸으면 좋겠다. ‘나’가 늑대로 표현할 정도로 무서운 아이 파울에게 튀르를 괴롭히지 말라고 말하지만 오히려 기에 눌릴 뿐이다.
“혹시 친구를 괴롭히는 사람 있나요?”라는 선생님의 갑작스러운 물음에 ‘나’는 고래고래 소리치고 싶은 마음과 계속 방관하고 싶은 마음과 싸우다가 “친구를 괴롭히는 걸 본 사람 없나요?”라는 또 한 번의 물음에 저도 모르게 천천히 손이 위로 올라가고 그런 ‘나’의 시작으로 모든 아이들이 손을 들고 그동안의 일들을 다 털어놓는다. 파울이 튀르를 괴롭힌다는 사실을 말이다. 파울은 그런 친구들을 상대로 보복을 하려하지만 다수 아이들의 되받아침에 그대로 돌아서고 만다.
한 아이의 용기, 다수의 긍정적인 방향으로의 합심, 주변 어른들의 관심으로 왕따는 쉽게 없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짧고 굵게 표현한 그림책이란 표현이 맞을 것 같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사소한일로 권위부리는 건 좋아하면서 한 친구를 놀리고 괴롭히는 일은 모른 척 지나치는 어른들이 많다. [빨간 볼]에서의 선생님처럼 아이들이 용기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선생님들이 얼마나 될까? 라는 의문점도 살짝 가져본다. 하긴, 어른인 본인들도 직장 혹은 모임에서 다름을 인정하지 않으니 아이들에게 할 말이 없겠지.
3월초 일요일 날 버스 안에서 들은 유치원에 다니고 있을 것 같은 어린 딸과 아빠의 대화가 생각난다.
바로 내 뒷자리에서 여자 꼬마아이가 창밖으로 외국인을 봤는지 눈이 파랗다면서 미국인이라고 말했다.
“파란 눈이라도 다 틀려.”(유럽인이라며 대답한 거다.)
정말 귀에 거슬리는 아이 아빠의 대답이었다.
부모들이 ‘달라.’가 아닌 ‘틀려.’로 가르치니 [빨간 볼]에서의 튀르 같은 집단 따돌림의 피해자가 생기는 거다.
[볼이 빨개질 수도 있죠.
별일 아니잖아요.
친구들은 튀르 볼이 빨개진 줄 몰랐어요.
나만 빼고요.
“너 볼이 빨개!”
내가 튀르 볼을 가리키며 말했어요.]
[“나는 여기가 가끔 발개져.”
튀르가 자기 볼을 가리키며 말했어요.
“나...... 나도 그런걸!”
내가 더듬거리며 대답했어요.
“우리 공놀이하러 갈까?”
튀르가 물었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축구공을 뻥 찼어요.
내 볼이 빨갛게 달아올랐어요.]
파울! 넌 이름 그대로 파울이야! 왜냐고? 사람 사는 세상에서 약자를 괴롭히는 건 규칙위반이니까.
내 인생의 책 서평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