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외로워서 그랬던 거야 - 제1회 ‘아리가토 대상’ 대상 수상작 꿈결 청소년 소설 1
기타바야시 우카 지음, 조찬희 옮김 / 꿈결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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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모두가 외로웠던 거야

 

청소년 소설인 듯 의학소설인 듯하면서도 부모의 이혼, 새 학교에서의 따돌림, 손녀와 할아버지와의 우정을 알차게 담아낸 만두 같은 소설이라는 표현이 적당할 것 같다.

소재가 풍부한 만큼 복잡한감도 있었지만 어린 시절의 나와 주인공 고무기와 비교하면서 읽는데 집중했다. ‘그래 누가 더 아픈가보자.’라는 심정으로 말이다.

 

나도 아주 어린 시절에 부모님의 별거로 언니와 동생과의 생이별로 어쩔 수 없이 편모가정에서 자라게 되었고 유치원 시절부터 고등학교 시절까지 왕따를 도맡아 당했다보니 나 역시 외로운 아이였다. 게다가 학창시절 12년 동안 개근상과 정근상을 놓치지 않은 나였지만 사실 머리와 마음은 등교 거부를 하고 있었다. 선생님들의 체벌과 엄마의 꾸중이 무서워서 실행에 옮기지 못했을 뿐. 그래서인지 엄마의 꾸중에도 학교대신 집 앞 강가에 떠 있는 나무배로 발걸음을 옮기는 고무기가 너무 부러웠다.

외할아버지, 친할아버지. 이렇게 두 할아버지와의 추억이 없는 나는 고무기와 외할아버지간의 우정이 신기하면서도 부러웠다. 등교 거부를 송사리 학교로 표현하며 손녀를 감싸는 할아버지가 현실에서도 존재할까?

 

고무기는 초등학교 졸업 때까지만 해도 평범하고 행복한 아이였다. 초등학교 졸업 후 엄마가 집에서 나가버리고 부모의 이혼을 모른 채 아빠와 단둘이 살게 되고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 외로운 아이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무슨 얘기든 할 수 있는 친구들이 항상 옆에 있어서 괜찮았다. 고등학교 2학년이 되어서야 부모의 이혼을 알게 되고 외갓집으로 이사하면서 자연스럽게 전학을 가게 됐는데 그전과 반대로 집에는 조력자인 외할아버지가 있지만 학교에 가면 말 걸어주는 친구 한명도 없어 또 외로운 아이가 된다. 그래서 학교에 가기 싫어진 것이다.

고무기의 유일한 친구이자 조력자인 할아버지는 폐암 말기로 인해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가게 된다. 고무기는 할아버지가 애지중지하는 밭에 물을 주기도하고 병원에서 작게나마 간호하며 여름방학을 보내던 중 할아버지에게 자신이 그린 커다란 그림을 누군가에게 전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그림 전달이라는 부탁으로 인해 할아버지의 옛사랑 미치르 할머니, 그녀의 조카 치사언니 라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새로운 인연 덕분에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할아버지를 병원에서 벗어나 가정간호를 하며 사이좋은 시간을 보내기도하고 할아버지와 미치르 할머니의 재회라는 소중한 선물을 안겨주게 된다. 옛사랑과 재회한 날 밤 할아버지는 손녀의 마지막 피아노 연주를 듣고, 열나흘 후 초승달이 뜬 밤에 세상을 떠난다.

고마......…….”라는 마지막 한마디를 남기고…….(이 부분 쓰는데 또 눈물이 나려 그러는군.)

할아버지의 마지막 편지……. 저절로 눈물이 쏟아지면서도 나도 누군가에게 고마운 사람이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빠졌다. 특히 임종을 앞둔 사람에게. 그 편지를 읽는 순간 고무기는 정말 큰일을 해낸 아이라는 생각에 존경심이 가득했다.

할아버지가 떠난 가을날 남은 짐을 가지러 아빠의 집에, 자신이 살던 집에 가지만 이미 재혼했을 거라는 생각에 모르는 여자가 나올까봐 초인종 누르기를 망설였는데 뜻밖에 아빠는 혼자 살고 있었다. 그래서 아빠도 많이 외로웠고 딸 고무기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절대라는 건 없어. 너 자신이 가장 힘들지 않을 것 같은 방법을 선택하면 돼. 그때 가족은 항상 네 편에 있을 거야라고 할아버지는 말해 주었고, 그 말이 너무 고마웠다고 한다.

만약에 고무기 네가 정말로 행복하지 않다면 억지로 계속할 필요는 없어.” 43]

 

[맞아. 할아버지는 밭을 걱정하셨어. 애지중지 돌보던 채소들이 말라 죽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얼마나 슬프셨을까. 나라고 해도 뭔가를 남겨 놓고 입원해야했다면 걱정이 돼서 집에 돌아오고 싶어질 것 같다. 정말 슬프다.

환자 분이 가장 자신답게 인생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하지 않을까요?” 109]

 

[-죽는다는 건 마지막까지 꿋꿋이 사는 것과 같은 거구나. 정말 대단해. 133]

 

[모두가 서로에 대한 그리움 속에 살고 있구나. 147]

 

[언젠가부터 아침마다 날 짓눌렀던 납덩이가 나타나지 않게 되었다. 여러 사람들과 만났고, 서로를 보듬어 주었기에 그 납덩이는 하얗고 푹신하고 동그란 방울이 되어 별들 가득한 하늘로 날아가 버렸다 보다. 149]

 

비록 얇은 책이지만 끝까지 읽고 든 생각은 꼭 병원에서 죽어야 최선을 다하다 죽은 걸까? 꼭 재산에 관련된 유언만 해야 하는 걸까?

아직은 30대 중반을 봐라보는 나이 이지만 만약 내가 큰 병에 걸려서 어쩔 수 없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면 고마운 사람과 미안한 사람. 이 두 사람은 꼭 만나고 싶다.

 

외할아버지, 엄마, 아빠, 고무기 이렇게 3대가 등장하는 만큼 아동 혹은 청소년이 자라고 있는 가정이라면 말 그대로 3대가 읽어야하는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참고로 나는 외할머니와의 왕래가 잦은 편이지만(엄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 분에게 애정이 없다. 나에겐 돈으로만 잘하셨을 뿐 어린 시절부터 계속 나와 사촌 남동생들과 남녀차별을 하시는 모습을 보면 그 옛날엔 국민학교라 불렸던 초등학교 선생님하신 분 맞나싶고 고무기의 외할아버지 반만이라도 따라갔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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