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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뜰 때 한 일을 해 질 때까지? -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작 ㅣ 책고래 클래식 11
정해왕 지음, 장준영 그림 / 책고래 / 2020년 3월
평점 :

현대사회에서의 권선징악에 대한 딜레마
<해 뜰 때 한 일을 해 질 때까지?> 북유럽의 에스토니아에서 전해 내려오는 옛이야기로 찬바람이 쌩쌩 부는 겨울밤 도움을 청하는 늙은 나그네에게 부자 영감과 가난한 아주머니는 각각 형편에 따라서 호의를 베풀었지만 가난한 아주머니만 복을 받은 이야기이다. 그림책을 보는 동안 우리나라 전래동화 ‘흥부와 놀부’가 떠올랐다. 역시 권선징악은 세계동화 공용어와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해 뜰 때 한 일을 해 질 때까지?>에서 부자 영감은 금화를 단 한 닢도 잃지 않았으니 벌을 받았다 보다는 하루 종일 혼쭐난 정도인 것 같다(본전은 건진 셈이니까.).
[이튿날 새벽이야.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창밖이 어둑어둑했지.
나그네는 주섬주섬 누더기를 걸치고는 다시 길을 떠나려 했어.
아주머니가 문밖까지 따라 나와 고개 숙여 인사를 했어.
나그네는 아주머니를 향해 빙그레 웃으며 이렇게 말했어.
“오늘 당신은, 해 뜰 때 한 일을 해 질 때까지 하게 될 것이오.”
하지만 아주머니는 그 말뜻을 알 수 없었어. -본문 중에서-]
[그 바람에 영감은 금화를 한 닢도 세지 못했어.
바로 코앞에 금화 궤짝을 두고서도 말이야.
끼니도 거른 채 해가 질 때까지
부자 영감은 “에취, 에취, 에이취!” 재채기만 했단다.
하도 재채기를 많이 해서 골이 지끈지끈할 정도였지. -본문 중에서-]
가난한 아주머니가 옷감에 나무 자를 갖다 댈 때마다 옷감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선의에 대한 기적이 일어났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에서는 선의를 강조할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현대사회는 선의 혹은 정의를 실현하다가 범죄 피해를 입거나 억울하게 가해자로 몰리는 경우가 발생하니까 말이다(약하게는 요새말로 호구가 되는 정도일 것이다.). 그렇다고 나그네에게 욕설을 하며 문전박대를 하고는 소문을 듣고 대가를 바라고 가식 호의를 베푼 부자 영감의 행동이 옳다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때때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는 것과 ‘나’도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을 피할 수 없다는 것도 사실이기에 이 또한 딜레마라면 딜레마일 것이다(사실 나도 허름한 차림의 행인이 두드리는 문을 선뜻 열어주지는 못할 것 같다.).
그래도 나그네의 말처럼 해 뜰 때 한 일을 해 질 때까지 하게 된다면 나는 두툼한 지폐를 세고 싶다. 지폐가 계속해서 늘어나는 기적까지 바라지는 않아도 세고 있는 순간이라도 기분이 좋으니까.
-책고래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