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림, 그 끝에 서다 단비청소년 문학
정해윤 지음 / 단비청소년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탈출구가 필요한 청소년들 이야기

 

학교 밖의 청소년, 가정폭력, 성소수자, 다문화 가정, 언어폭력 등의 불편한 현실이 담겨있는 6개의 짧은 이야기가 담긴 <밀림, 그 끝에 서다>. 그중 대표제목인 <밀림, 그 끝에 서다>는 예전에 다른 단편집에서 만난 적이 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에 학교 밖의 아이 윤재를 또 만난 것이다. 세상을 향한 문을 닫은 윤재의 유일한 친구는 CCTV.

 

[유도 선수를 그만둔 건 누구한테 맞아서도, 불의의 사고를 당해서도 아니라고 했다. 그저 자기답게 살고 싶어 한 선택이라고 했다. 윤재는 건우가 부러웠다. 자기다워지고 싶어 선택한 삶이라니…….

그렇게 보지 마. 나도 충분히 힘들었고 지금도 여전히 힘들어.” -34쪽 중에서-]

 

사실 이번엔 위기에 처한 윤재를 도와준 북극곰 건우도 눈에 띄었다. 30대 초반에 사회생활을 포기하고 번역사가 된 내겐 세상에 지친 윤재의 모습도, 나다운 삶을 살고 싶었던 건우의 모습도 있었으니까.

 

그다음으로 와닿았던 <>은 다문화 가정이 배경인데, 주인공 윤의 용기가 정말 놀랍다. 시어머니인 할머니의 압박으로 인한 삶이 아닌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 갈 수 있도록 엄마를 베트남으로 떠나보낸다는 건 어린 윤에겐 쉽지 않은 결심이었을 테니까 말이다.(그러면서도 속으로 응원하고 있었던 건 안 비밀이다.)

 

[할아버지가 헛기침을 했다.

나도 안다. 이곳이 네가 있을 곳이 아니라는 것을. 물건이든 사람이든 지가 있어야 할 곳이 있는 법이지. 이제 그만 네 자리로 돌아가.”

죄송해요.”

미안한 건 우리지.” -67쪽 중에서-]

 

봉사 점수가 필요해 달동네에 가게 된 특목고를 준비 중인 주혜의 이야기가 담긴 <포트폴리오>. 순간 30대 초반에 봉사활동 동호회 회원이었던 어느 학부모가 떠올랐다. 딸의 봉사 점수를 위해 한 달에 한번 있는 봉사활동에 꼭 참석했던, 반찬으로 김치 한통을 꼭 들고 왔던 고3 수험생의 엄마. 딸이 대학에 입학하고부터 발길을 뚝 끊을 거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거다.

 

밥값이라는 명목으로 주말이면 의붓아버지의 세탁소에서 운동화를 세탁해야하고 성폭행을 당하는 동우의 이야기가 담긴 <그림자 세탁소>. 그리고 판타지로 담아낸 <붉은 탑에 오르다>의 이성애자와 동성애자의 입장이 뒤바뀐 세계, 잘못된 소문으로 인한 언어폭력을 주제로 한 <파마의 성>.

 

사회는 소수의 청소년들을 불편해 하지만, 그들은 탈출구 없는 사회를 더 많이 불편해할지도 모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