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딸 단비청소년 문학
강경애 지음 / 단비청소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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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삶을 결정할 수 없었던 비극의 시대

 

<어머니와 딸>, 일제 강점기 시절 자기 삶의 결정권을 부여받지 못한 옥의 어머니와 봉건주의 속에서도 삶의 당당한 주체로 서 가는 딸 옥의 이야기가 담긴 소설로 출간된 지 백 년이 다 되어가는 작품이다.

 

그는?’ 옥이는 여주인공인데? 그래서 처음에는 좀 어색했다. 그리고 자주 등장하는 북한어와 방언은 주석을 참고해야했지만 어학을 전공한 나는 새로운 말을 알아가는 기분이었다. 정말 화나는 건 왜 여자라는 이유로 남자들, 주변에서 결정해주는 삶을 살아가야 했을까?’ 이다. 여성들도 사회인으로서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결정할 수 있는 현시대, 정말 시대를 잘 타고나야한다.

 

[어머니는 딸이 우는 양을 보니 가슴이 뻐근해지며 저런 것이 어찌 남의 첩 노릇을 할까, 아무것도 모르고 아비어미밖에 모르는 것이…….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저절로 눈물이 앞을 가렸다.

예쁜 아버지가 부엌으로 나왔다.

, 내 딸 왜 우니? 너무 좋아서? 허허허…….” -36쪽 중에서-]

예쁜이라고 불린 옥의 어머니 이야기로 제일 화가 나는 부분이다. 아무리 돈이 궁하다 한들 딸의 의사를 묻지도 않고 지주의 첩으로 팔려가게 하니까 말이다.(딸의 눈물을 제멋대로 해석해 버리는 것도 한몫했다.) 예쁜이는 지주 이춘식의 관심도 받지 못하고, 정실부인에게 학대당하다가 딸을 낳고 쫓겨났다. 예쁜이의 부모들은 딸의 복수를 하러갔다가 죽임을 당하고(딸을 불행 속에 던져버린 자신들을 탓했어야했다.) 제정신으로 살 수 없었던 예쁜이는 술과 담배를 입에 대기 시작하더니 타락해버린다.

 

[그리하여 항상 그는 입 속으로 그 말을 외우고 살았다. ‘믿지 마라! 남자를 믿지 마!’ 다시 한 번 외쳐 보았다. ‘얼마나 잘 아시고 하신 말씀이랴!’ 그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든든한 의지처가 생긴 듯싶었다. 따라서 북받쳤던 설움이 가라앉고 거뜬해짐을 느꼈다. -144쪽 중에서-]

그렇게 어머니에게 방치된 채 이름도 없이 성장하던 딸은 기생이었던 봉준의 어머니에게 거두어져 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고 학교 교육도 받고, 봉준 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봉준과 부부의 연을 맺는다. 하지만 봉준과는 남매로 유지되어야했다. 다른 여자를 사모하다 상사병에 걸린 봉준, 그런 남편 때문에 불안감속에 살아가는 옥이. 또 타인의 결정으로 두 사람 모두 불행해진 셈이다. 옥은 이혼을 결심하고 학업을 이어가는데, 둘의 소식을 듣고 서울로 올라와 어서 가세. 짐들 다 싸게라는 영철 선생의 강요에는 당신이 뭔데!’라고 외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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