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백화점 단비어린이 문학
김경숙 지음, 황여진 그림 / 단비어린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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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는 일방적인 게 아니야

 

<친절한 백화점>, 리본으로 묶인 듯한 백화점. 그런데 우울한 분위기는? 백화점 앞에 서 있는 아이, 주인공 금가비의 감정노동 체험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하지만 현실은 감정노동을 하고 있는 입장이면서도 또 다른 감정노동자에게 갑질을 한다는 씁쓸함이 있다는 걸 부정하지 못할 거다. 연쇄갑질 이라는 표현도 맞을 것 같다.

 

[“정말 못 말려. 우리 엄마가 얘기하는 거 들었는데, 가비네 엄마 갑질이 장난 아니래.”

갑질? 그게 뭐야?”

백화점이나 시장 같은 데 가서 일하는 사람들한테 못 되게 구는 거래. 자기가 손님이니까 친절하게 대하라면서 소리 지그로 막 그런대.” -16쪽 중에서-]

아이들은 부모의 거울이라더니 금가비 역시 갑질이 장난이 아닌 어린이다. 학교 바자회 행사가 열리는 날 자신은 거의 새것에 가까운 물건을 많이 가져왔다며 친구들이 가져온 손때 묻은 물건들을 무시하고, 가격 붙이고 정리하는 것조차도 안하겠다며 제멋대로 교실 밖을 나가버리니까 말이다.

 

[‘미안하다는 말은 내가 들어야 하는데…….’

여우 지배인은 눈도 깜짝하지 않았어요. 가비는 어깨를 움츠린 채 입술을 꼭 깨물었어요.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지요. 자기가 사과를 해야 하다니! -61쪽 중에서-]

내가 물건을 팔면 조용하게 잘할 수 있는데…….”라는 툴툴거림과 동시에 순간 이동된 동물의 왕국을 연상케 하는 친절한 백화점의 화장품 코너, 옷 코너, 신발 코너에서 물건을 팔게 된 가비. 고맙다거나 미안하다는 말을 들어야 학교로 돌아올 수 있는데 오는 고객들마다 거의 다 쓴 화장품을 가져와서는 불만을 토로하고, 옷을 입어보다가 찢어놓고서 약 올리는 등 너무 제멋대로이다. 도움요청을 위해 빨간 버튼을 눌러보지만 여우 지배인은 오히려 무례한 고객들 편에 서서, 가비를 꾸짖고 사과를 강요한다.

 

무례한 고객을 향한 사과를 강요당하는 가비를 보고, 대학 때의 호텔실습이 떠올랐다. 나는 주차요금을 받는 정산소 실습생이었는데, 반말은 기본이고 내 옆에서 일을 가르쳐주던 여직원에게 욕설을 퍼붓고, 주차비를 깎아달라며 떼를 쓰는 등으로 고객이라는 단어가 아까운 사람들이었다. 기계가 고장나버린 어느 날 나에게 언성을 높이고 사과를 강요하는 고객에게 맞섰다는 이유로 해고당할 뻔했는데, 갑질고객 편에 서는 호텔직원들이 더 한심해 보였다. 그 후에도 나는 주로 프랜차이즈, 관광지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갑질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본인이 돈을 내는 입장이니 일방적으로 대우를 받겠다는 심리다. 사실 서로 필요한 걸 주고받는 사람 대 사람이다. 한마디로 은 나눌 필요가 없다고 본다. 상호존중, 상호배려가 필요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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